[LCC 오해와 진실]일본行 항공운임 편도 4만원..‘샤이재팬’ 등장

日 여행 보이콧→예약률 축소→항공운임 하락
"주변 시선 우려해 일본 여행 공개 안하는 분위기"
LCC 중심 日 노선 구조조정…대형사 소형기 대체
  • 등록 2019-08-03 오후 4:01:52

    수정 2019-08-05 오전 8:09:26

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한 항공사 수속 카운터가 일본 여행 거부 운동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인천發 일본 오사카行, 편도 항공운임 4만원’

미리 겨울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던 직장인 김모(33) 씨는 저렴한 항공권을 물색하던 중 고민에 빠졌다. 국적 저비용항공사(LCC) 사이트에서 인천 출발 일본 오사카 항공운임이 4만원으로 평소보다 저렴한 것을 확인하면서다. 유류할증료(1만4600원)와 공항이용료 등 세금(7만3500원)을 모두 합해 왕복 16만8100원.

항공권 구매는 타이밍 싸움이다. 미리 여행계획을 세워 구매하는 ‘얼리버드 항공권’은 항공사가 고객을 미리 선점한다는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내놓는다. 최근 항공업계는 일본 여행 보이콧→노선 예약률 감소→항공운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지방출발 일본 노선 항공운임은 최저 5000원까지 떨어졌다.

요즘 같은 일본 여행 보이콧 분위기에 항공권 구매는 망설여졌지만, 겨울쯤이면 이러한 분위기도 수그러들지 않을까 싶어 A씨는 “주변에는 알리지 않고 조용히 다녀올 것”이라며 일본 오사카행 항공권을 결제했다.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에 따른 일제 불매운동 확산으로 일본 여행에도 따가운 시선이 생기면서 ‘샤이재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여행을 가고 싶지만, 주변 눈총 우려해 여행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것.

국적 8개사 LCC를 중심으로 일본 주요 도시를 넘어 소도시까지 공급석을 늘렸다. 국적 LCC는 인천을 비롯해 김포·부산·대구·청주·무안·제주 등 거의 모든 국내 공항에서 일본에 비행기를 띄우고 있다. LCC의 일본 노선은 보유 중인 전체 국제선 중 최소 31%에서 최대 65%까지 차지했다.

일본 노선 공급과잉 상황에서 일본 여행 거부 움직임이 확산하자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항공사 입장에서 고육지책으로 항공권을 저렴하게 내놓고 있는 점도 샤이재팬 등장에 한몫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LCC업계의 전체 매출 중 일본 노선의 비중은 30%에 육박한다. 일본은 LCC의 전략 노선으로 매출 비중이 10%대 초반의 국적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비하면 3배가량 높다.

LCC업계 관계자는 “일본 노선은 공급과잉으로 올 초부터 가격이 내려갔는데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가격이 더 큰 폭으로 더 떨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日 노선, 구조조정· 소형기 대체로 공급석 축소 움직임

일본의 백색 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로 한·일 하늘길에 먹구름은 더욱 짙어졌다.

실제 일본의 수출규제 발동 초기만 해도 노선 철수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던 항공사들의 태세 변화가 일고 있다. 성수기 시즌 이후 예약률이 현저히 줄자 일본노선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LCC를 시작으로 노선 구조조정에 나섰다.

제주항공(089590)은 오는 9월 17·19·23·24·26·30일 등 일부 날짜에 대해 오키나와 노선 예약을 중단했다. 티웨이항공(091810)은 오는 24일부터 무안~오이타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으며, 9월부터는 대구∼구마모토, 부산~사가 등 정기편 운항도 중단한다. 이스타항공도 9월부터 부산∼삿포로·오사카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 에어부산(298690)은 9월 1일부터 대구∼오사카 노선을 2편에서 1편으로 줄인다.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도 지방발 일본 노선 운휴를 비롯해 소형기로 교체하는 등 일본 노선 공급석 축소에 가세했다.

대한항공은 오는 9월부터 부산~삿포로 노선 운항을 중단하기로 한 데 이어 일본 노선의 공급석을 줄인다. 이달 중순 이후 인천발 삿포로·오사카·후쿠오카·나고야 4개 노선에 투입하는 항공기를 소형 기종으로 바꾸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9월 중순부터 인천~오사카·후쿠오카·오키나와 노선에 투입하는 항공기를 A330(290석)에서 B767(250석)과 A321(174석)로 축소 운영키로 했다.

일본의 백색 국가 제외 조치로 우리 정부도 상응 조치를 내놓고 문재인 대통령이 “좌시하지 않겠다”며 강경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정치·사회적 분위기 영향을 크게 받는 여행·항공업계에 일본 여행 보이콧 움직임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LCC업계 관계자는 “비행기는 땅에 있는 순간 적자라서 운항률을 높여야 하는 게 가장 큰 숙제”라며 “일본 여행 배척에 해당 노선 축소로 여유가 생긴 항공기는 국내선 증편을 비롯해 중국과 동남아 노선으로 투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LCC는 대표적으로 지난 5월 운수권을 받은 중국 노선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LCC 중 처음으로 지난 12일부터 인천~상하이(주 7회)에 비행기를 띄웠다. 제주항공은 오는 21일 무안~장자제와 22일 옌지 노선에 신규 취항한다. 에어부산은 부산~옌지 주 6회, 부산~장자제 주 4회로 증편 운영하기로 했다. 티웨이항공은 9월부터 대구에서 장자제·옌지를 오가는 중국 노선에 신규 취항한다.

LCC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중국은 각각 개별 여행, 단체 여행객으로 여행자들 성격이 달라 일본 여행 수요가 중국으로 대체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확보한 운수권을 활용해 신규수요 확보를 통해 수익성 강화에 나서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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