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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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자신이 운영하는 호텔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논란의 호텔 임차권을 팔기로 했다. 애초 투자 금액의 두 배를 받고서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가족이 운영하는 워싱턴DC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임차권이 3억7500만달러(약 4423억원)에 매각된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그룹은 미국 투자회사인 CGI 머천트그룹과 이 같은 내용으로 호텔 건물 임차권 매각 협상을 마무리했다.
트럼프그룹은 애초 5억달러(약 5897억원)를 제시했지만 이에 못 미치는 금액으로 거래를 마쳤다. 다만 트럼프그룹이 호텔 개장 당시 투자한 비용인 2억달러(약 2359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에 임차권을 넘김으로써 ‘투자의 귀재’로서 면모를 과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시절 해외 귀빈의 숙소로 자신이 운영하는 호텔을 지정하는 등 정치적으로 부당하게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 하원 감독개혁위원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관리가 의회 승인 없이 외국 정부로부터 선물 등 이익을 취하는 것을 금지하는 연방헌법의 ‘보수조항’을 어겼다며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트럼프그룹이 매각한 것은 호텔 소유권이 아닌 임차권이다. 이 건물은 19세기에 지어진 우체국 건물로 미국 정부 소유이다. 트럼프그룹은 지난 2013년 미 연방총무청(GSA)으로부터연 300만달러(약 35억3850만원)를 내는 조건으로 100년 가까이 장기 임차하기로 했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직전에 이 건물을 전면 보수해 워싱턴DC에서 가장 큰 객실을 갖춘 호화 호텔로 바꿔 개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이 호텔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 공화당원, 여타 국회의원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거듭났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9년 4000만달러에 달하던 호텔 수익은 코로나19 이후에는 60% 급락한 1500만달러까지 떨어졌다. 2016년 개장 이후 누적 손실은 7000만달러(약 825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임차인은 이 호텔에서 정치색을 뺀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호텔 체인 힐튼의 럭셔리 브랜드인 월도프 아스토리아가 운영할 계획인 이 호텔은 우선 명칭에서 ‘트럼프’를 삭제한다.
| 낙태금지법 시행 한 달을 맞은 지난달 2일 시위대가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을 지나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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