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장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 반유대주의, 반이슬람주의에서 비롯된 혐오범죄가 문제가 되고 있다. 국내 이스라엘인과 무슬림 사이에서도 “우린 안전하지 않다”며 혐오범죄를 두려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한국에서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이스라엘인 B씨도 혐오범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직 제안에 쉽사리 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전쟁이 있기 전과 다르게 요즘 굉장히 많은 나라에서 일자리를 제안하는 문자가 온다”며 “구직 기회일 수 있지만 테러리스트가 보낸 것일 수도 있어서 무시한다”고 말했다. B씨는 “긍정적인 삶을 살려고 해도 이스라엘 사람들을 노린 범죄 뉴스를 접할 때마다 매우 우울하다”며 하소연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무슬림 사키브(saqib, 37)씨도 “증오범죄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지만 미리 알 수 없다”며 “나 역시 두렵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싸우고 있지만 우리는 다 같은 사람이니까 싸움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정부가 국내에 머무르고 있는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연구위원은 “2014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50일 넘긴 대규모 전쟁을 할 때는 지금처럼 혐오범죄가 있지 않았다”며 “전 세계가 친팔레스타인과 친이스라엘이란 양극으로 치닫는 것 같아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성 연구위원은 “사상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서 모방범죄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며 “한국사회도 이 문제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연구위원은 “대한민국에선 이슬람에 대한 혐오 정서가 전에도 관찰됐는데 이번 일로 이슬람의 이미지가 테러로 각인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슬람 교인과 극단주의자를 구분하고, 전쟁 피해자들을 인도주의로 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