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硏-증권硏, 자통법 놓고 `업계 대리전` 치열

지급결제 겸영허용 포괄주의 형평성등 주요이슈서 대립
증권연, 방어 입장..금융연, 공격논리 내세워
재경부 어디 손 들어줄까...업계 초미 관심
  • 등록 2006-05-22 오전 11:05:23

    수정 2006-05-22 오전 11:05:23

[이데일리 김수헌기자] 국내 대표적인 금융시장 연구기관인 증권연구원과 금융연구원이 이른바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을 놓고 증권업계와 은행업계 대리전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증권연구원은 재정경제부로부터 용역을 받아 자통법 골격을 짰던만큼 일단 유리한 고지에서 증권사에 대한 금융상품 포괄주의 도입, 겸영허용, 소액지급결제기능 부여 필요성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그러나 최근 공청회에서 이같은 입장에 반대의사를 밝히는 한편 각종 보고서 등을 통해 조목조목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대체로 재경부(증권제도과)의 팔이 안으로 굽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은행의 논리를 대변하는 금융연구원의 지적을 일부 고려한 절충안이 나올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겸영, "은행 보험은 이미 허용" 對 "증권업 시너지보다 부작용 더 커"

증권연구원은 증권사가 주축이 돼 출범할 `금융투자회사`에 매매 중개 자산운용 투자일임 투자자문 자산관리보관 등 6개 금융투자업을 제한없이 겸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같은 거대투자은행 출현을 기대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는 것이다.

금융연구원은 그러나 은행 보험 금융투자업간 핵심업무에는 여전히 칸막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이 제시하는 핵심업무는 은행의 경우 수신업 지급결제업, 보험업은 보험인수업, 금융투자업은 매매 중개업이다.

지급결제업을 은행 핵심업무로 분류한 것은 증권사에 지급결제업무를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이동걸 선임연구원은 "자통법이 허용하는 매매 중개업과 자산운용업간 겸영은 금지돼야 한다"며 "자회사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겸영에 따른 이해상충 등의 문제는 심각한데 비해 기대효과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그는 "겸영에 따른 이해상충 문제에 대해 재경부는 업무간 차단벽(차이니스월), 내부관리시스템, 공시강화, 감독강화, 위반시 제재 등 원론적 수준의 대책을 열거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연구원은 이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자산운용업의 경우 은행과 보험은 이미 간접투자산운용업법 특칙에 의해 내부겸영이 허용돼 있고, 특히 은행은 예대업무 뿐 아니라 주식·회사채 인수, 유가증권 위탁매매 등을 제외한 증권업무와 보험상품 판매 등을 직접 취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김형태 증권연구원 부원장은 "미국이나 영국 독일 일본 홍콩 등 자본시장 주요국에서도 내부겸영을 법으로 금지하지는 않고 있다"며 "금융투자회사에 대해서만 내부겸영을 막는 것은 업권간 규제형평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세계적 투자회사가 자산운용부문을 분리 또는 매각하는 것은 경영의사결정에 따른 것이지 법적 금지때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아예 법적으로 원천차단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지급결제, "증권사도 100% 지급보장" 對 "경제거래 혼란 우려"

증권사에 대한 소액지급결제 여부는 증권연구원과 금융연구원이 가장 첨예하게 맞붙은 논쟁이슈다.

금융연구원은 증권사에 지급결제를 허용해도 소비자 편익증가는 불확실한 반면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은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터넷뱅킹 시대에 증권계좌에 직접 지급결제를 허용한다고 해서 소비자 편익이 얼마나 증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 따라서 증권계좌를 통한 지급결제가 허용되면 증권사 CMA(자산관리계좌)가 활성화된다는 주장은 논리적 근거가 빈약하다는 지적이다.

이동걸 위원은 "증권사가 지급결제업무에 참여할 경우 제도가 불안해지면 일상 경제거래에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연구원은 지급결제업무가 은행의 고유업무라는 인식 자체를 아예 부정하고 있다. 은행의 핵심업무는 수신을 통한 여신업무라는 것.

김형태 부원장은 "과거 수신을 통한 예금이 지급결제에 적합하다고 인식됐기 때문에 결제기능이 은행 고유영역으로 파악된 것 같다"며 "그러나 굳이 지급결제 대상을 예금만으로 국한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고객 예탁금도 지급결제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심각한 위험만 없다면 은행에서 총괄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 증권연구원의 입장이다. 

김 부원장은 "지급결제허용은 증권계정 전체가 아니라 현금인출가능액 부분 즉 고객예탁금에 대해서만 부여하겠다는 것"이라며 "신용위험과 유동성 위험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예탁금은 한국증권금융에 집중예치하기 때문에 사실상 100% 지급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형평성, "누이좋고 매부좋다" 對 "한쪽만 이익..은행 보험에도 포괄주의 달라"
 
금융연구원이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형평성.

금융연구원은 금융투자회사에 대한 겸영허용 허용이나 금융투자상품 포괄주의(원본 또는 그 이상의 손실을 부담하는 금융상품) 도입에 대응해 은행이나 보험업권에도 이같은 포괄주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통법 상 금융투자업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은행 및 보험사 관련업도 기관법(機關法)이 아닌 업법(業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은행업의 경우  `수신상품을 취급하는 금융업`을 정의하면서  금융상품은 `원본 (또는 그 이상의) 지급을 약정하는 금융상품` 으로 포괄적 정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증권연구원은 이에 대해 "자통법에서 금융투자상품을 포괄적으로 정의하는 효과는 개별 금융회사의 관점보다 금융그룹의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 입장에서는 특정 금융투자상품을 은행 자회사나 금융투자 자회사가 취급하는 것이 큰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금융지주회사에게는 보다 균형적인 자회사 포트폴리오를 달성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논리다.

김형태 부원장은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의 도입으로 자본시장이 심화되고 금융투자회사가 은행의 거래상대방으로 성장하게 되면 은행의 위험관리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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