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살 증가율 세계 2위, 역대 자살률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한국 자살 증가율 세계 2위, 심각성에선 사실상 1위
  • 등록 2014-09-05 오전 9:53:12

    수정 2014-09-05 오후 9:46:20

[이데일리 e뉴스 박종민 기자] 한국의 자살 증가율이 세계 2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증가율 세계 1위는 키프러스로 집계됐지만,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는 자살 증가율 세계 2위인 한국이 7배 가까이 많아 그 심각성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4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는 스위스 제네바 유럽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서 매년 약 40초에 한 명꼴인 80만 명 이상이 자살한다고 밝혔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 가운데 약 75%가 중간이나 저소득 국가에서 발생한다는 사실도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WHO는 172개 회원국 중 인구 30만 명 이상인 국가를 대상으로 이번 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2000년과 2012년의 자살 사망률을 비교·분석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00년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가 13.8명이었다. 그러나 12년 만인 2012년에는 28.9명으로 늘어나 두기간을 비교할 때 자살 사망률이 109.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한국 자살 증가율이 세계 2위로 파악됐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한국의 자살 증가율이 세계 2위인 것을 논외로 치고 자살률만 따져도 우리나라는 가히 ‘자살공화국’이라 불릴 만하다. 역사를 돌이켜볼 때 한국의 자살률은 1960~1970년대 압축 개발이 일어나던 시기에 가장 높았다. 지난 1965년 인구 10만 명당 29.8명이 자살했으며 1975년 자살률은 그보다도 높은 31.9명이었다. 개발 중심의 압축 근대화가 기존의 가족, 친족, 지역 공동체를 와해시킨 것이다.

이는 개발이 이중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후진국을 벗어나는 계기가 됐지만, 한편으로 사회안전망이 부족했기 때문에 인간을 벼랑 끝으로 내몬 것이라 봐도 된다.

자살 증가율 세계 2위의 불명예를 안은 한국은 지난 역사를 본보기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전북 진안군이 좋은 사례다. 진안군은 2011년 10만 명당 자살자가 75.5명으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이에 전북도는 전수조사를 통해 자살 위험이 큰 노인 63명에 대해 전문가들을 급파했다. 그리고는 한 달에 한 번씩 노인들을 찾아가 상담하도록 했다.

그러자 2012년 사망률은 21.8명으로 크게 떨어졌다. 1년만 자살 증가율을 급하락시킨 것이다. 의지할 데가 생기자 노인들이 극단적인 생각을 덜 하게 됐다. 현대 사회학의 선구자격인 에밀 뒤르켐은 “모든 자살은 타살”이라고 말했다. 자살이 개인의 문제라기보단 사회구조적 문제라는 얘기다. 자살 증가율 세계 2위를 기록한 한국 정부가 되새겨야 할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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