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정부 공사 물량을 측근 가족 회사에 몰아줬다는 의혹으로 고발됐다.
|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사진=AFP) |
|
6일 AP통신에 따르면 안토니오 트릴라네스 전 상원의원은 전날 두테르테 전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 출신인 크리스토퍼 고 상원의원 등을 국고 약탈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트릴라네스 전 의원은 “고 의원 가족 소유의 건설회사 2곳이 2007년부터 2018년까지 남부 다바오시에서 정부 인프라 공사 계약을 100건 이상 따냈다”고 밝혔다. ‘몰아주기’ 수주액 규모는 최소 66억페소(한화 1559억원)로 전해졌다.
그는 문제가 된 2개 회사 모두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맡을 능력이 없었지만 고 의원이 두테르테 전 대통령과 공모해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비난했다. 다바오시는 두테르테 가문 본거지이며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2016년 대통령 당선 이전 다바오시 시장과 부시장을 지냈다.
트릴라네스 전 의원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오랜 정적이다.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마약 용의자 처형 문제를 조사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반면 고 의원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 최측근이다.
필리핀에서는 공무원이 가족이나 동료와 함께 부패 행위로 5000만페소(한화 11억8000만원) 이상 부정 자산을 취득한 경우 약탈죄가 성립돼 최고 종신형에 처할 수 있다. 2022년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두테르테는 내년 두 아들과 함께 상원 선거에 출마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