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양미영기자] 지난해 SK글로벌 사태와 카드채 위기로 신용평가 시장이 부진했을 것이라는 막연한 예측은 빗나갔다. 오히려 지난 2003년에는 상향 조정이 하향조정 건수를 앞질렀다.
투자등급 업체수는 더 늘었고 투기등급 업체 수는 줄었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긍정적인 조짐과는 달리 속으로 들어가면 양극화 현상이 더 심해졌다.
신용등급의 양극화 기조는 시장의 안전자산 선호(flight to quality)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또 2004년에도 신용평가 시장의 편식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으며 여전히 가장 큰 변수는 지난해 카드사 위기에서 불거진 금융시장 불안요인이 지적되고 있다.
◇신용평가 시장 양극화..등급상향 비중 여전히 "up"
최근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신용등급시장 평가와 올해 전망에 대한 보고서를 나란히 내놨다.
한기평에 따르면 2003년 중 신용등급이 상승한 업체는 53개사, 하락업체는 33개사로 등급 상·하향 업체 수가 2002년과 유사한 가운데 투자등급과 투기등급의 Up/Down Ratio(상승업체수/하락업체수)가 2.71배와 0.44배로 여전히 투자/투기등급간의 양극화가 지속됐다.
투자등급 안에서는 등급 소멸과 신규 부여를 거치면서 BB 업체수는 감소하고 A급은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초대비 A급 비중은 5.7%포인트가 높아졌고, BB급은 8.1%포인트가 낮아졌다.
한신정도 대내외적 어려움에도 불구, 상향과 하향 조정이 38건과 27건, 상하향 비율이 1.41배로 상향 우위 기조를 보였다고 밝혔다.
◇"겉과 속의 괴리"..전반적인 개선 미비
SK글로벌 사태와 카드채 부실 등의 고초를 겪으면서도 신용등급 상향 업체가 하향 업체를 웃돌면서 대체로 신용평가 시장이 선전한 것으로 보이지만 내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외환위기 이후 일궈낸 철저한 리스크 관리의 결과라는 평과와 더불어 오히려 일부 업체로만 등급상향이 편중되면서 신용평가시장 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일었다.
한신정은 "지난해 이슈들이 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증폭시켰지만 외환위기 위후 철저한 리스크 대비 노력이 기업 현금흐름 패턴을 전환시켰고, 하반기 이후 대외여건도 안정되면서 기업 전반적인 펀더멘털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기평은 "전반적인 국내경기 침체와 더불어 금융지주사나 현대자동차, 건설 시멘트 화학업종 등 일부 업체에 등급 상승이 집중되면서 기업전반적인 개선으로 해석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신정 역시 "지난해 즐비했던 크레딧 이슈에 따라 투자등급 업체에 등급하향이 집중되면서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카드사 위기에 따른 한신정의 등급하향은 8건에 달했다.
한기평도 시장 전반적인 안전자산 선호로 인해 신용도가 낮은 업칠들의 회사채 발행 여건이 악화되면서 시장 접근성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불확실성의 시대`는 지속..금융시장 불안 등 변수 상존
올해 역시 신용평가 시장은 안개속이다. 일단 등급전망을 통한 신용등급 전망은 긍정적(positive) 전망보다 부정적(nagative) 전망이 다소 높은 수준이지만, 안정적(stabe) 전망 기준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신용등급 시장의 변화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한기평의 설명이다.
한기평은 국내 경기 회복세와 더불어 지난 해 파급효과가 컸던 부정적인 요인들이 재현될 가능성이 아직은 미미하다는데 주목했다.
반면, 한신정의 경우 내수 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만큼 카드사 위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요인이 잠재돼 있고, 대내외적으로 북핵문제와 테러확산 등의 리스크가 상존해 섣부른 낙관은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LG카드 사태 이후 ABS에 대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ABS 시장의 해빙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며, LG카드 지원을 둘러싸고 불거진 모그룹의 지원 갈등으로 지주사의 신용도 산정도 문제점으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