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함께 불법공매도를 사전에 적발·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한 번에 구축하는 것은 거래효율·관행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인정하고, 내년 2월까지 불법공매도를 사후에 발견 가능한 시스템을 우선 구축한 뒤 이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보완·개편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842개 상장주식(코스피 659개+코스닥 183개) 및 206개 파생상품에 대해 총 22개 증권사가 시장조성자로 지정돼 있다. 지난해 기준 일평균 시장조성 거래규모는 주식시장이 580억6000억원, 파생시장은 5142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시장조성거래가 시가총액 상위 우량종목에 집중(시가총액 5조 이상 33개 종목의 거래비중 70.3%)되면서 유동성 공급이라는 본래 취지를 벗어난 데다 시장조성거래에 수반되는 공매도 규모도 크게 확대(전체 공매도의 1/3)돼 시장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동성 상위 종목은 시장조성 대상종목 후보군에서 제외하는 현행 상대평가 방식을 회전율, 호가스프레드, 거래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유동성 평가기준을 상회하면 시장조성 대상에서 제외하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변경한다. 시장조성자의 유동성 하위 종목 참여도 의무화한다. 유인구조도 바꾼다는 방침이다. 이미 시장조성 거래의 난이도에 따라 수수료율을 차등하고 있으나, 실제 행태 변화를 유도할 수 있도록 시장조성대가(리베이트)를 유동성이 낮은 종목에는 더 지급하고 유동성이 높은 종목에는 덜 지급하는 식이다.
시장조성 제도 관련 정보공개는 확대한다. 시장조성 제도 및 종목별 시장조성 계약 현황 등에 대한 상세정보를 알려 투자자 이해도 제고를 꾀하기 위함이다. 주기적으로 시장조성자의 매수/매도/공매도/업틱룰 면제거래 등 상세거래실적을 공시하고 일별 공매도 현황에서도 업틱룰 예외 적용 거래실적을 별도로 구분해 게시한다.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22개 전체 시장조성자의 3년 6개월간(2017년 1월~2020년 6월) 공매도 규제 준수 여부를 점검한 결과 무차입 공매도 및 업틱룰 위반 의심 사례 수건을 적발한 만큼, 감시체계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종목별 실시간으로 공매도 호가만 구분·표시(투자주체, 거래량, 업틱룰 적용 여부 등)되는 전산시스템(1단계)과 장중 시장 전체의 공매도 규모, 공매도 상위종목 등이 실시간 집계되는 종합 모니터링 시스템(2단계)을 순차적으로 구축한다.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내 공매도 상시 모니터링 및 점검을 위한 전담조직도 신설한다. 불법공매도 점검주기를 단축(6개월→1개월 내)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사각지대로 지적됐던 미소유 주식 당일 매도·매수 주문을 적출할 수 있는 새로운 적발기법도 마련한다.
이 때문에 “거래소가 셀프검진 끝에 내놓은 셀프처방을 금융위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익명의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원은 “기관들이 시장조성자란 이름 뒤에서 (온갖) 불법과 탈법을 자행하고 있다”면서 “시장조성자 제도는 폐지가 정답”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편 금융위와 거래소는 이번 대책에 개인의 공매도 참여기회 제고안을 담진 않았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따로 발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자산이 있거나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전문투자자에게 공매도를 일단 허용하고 이를 넓혀가는 게 타협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기준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외국인 62.8%, 기관 36.1%, 개인 1.1% 순이다. 개인이 공매도 시장을 ‘기울어진 운동장’ ‘외국인의 놀이터’로 부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