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호의 과학 라운지](17)AI는 인류의 동반자가 될 수 있을까?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 구현으로 AI에 대한 기대감 확산
윤리적 문제, 자아, 공정성 등은 넘어야 할 '산'
  • 등록 2018-12-02 오후 1:14:28

    수정 2018-12-02 오후 1:14:28

[편집자주]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져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의 세계에 쉽고 재미있게 발을 들여 보자는 취지로 매주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전국 초·중·고등학생 대상 과학 교육 프로그램인 ‘다들배움’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과학커뮤니케이터들과 매주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중 재밌는 내용들을 간추려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4차 산업혁명, 로봇 소피아에게 묻다’를 주제로 한 AI 로봇 소피아 초청 컨퍼런스가 지난 1월 3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한 어린이가 한복을 입은 소피아를 만져보고 있다.
4차산업혁명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인공지능(AI)은 우리 삶 속으로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AI스피커를 통해 TV를 켜고 끄는 것은 물론 날씨 및 교통 정보도 파악하며 간단한 일상의 대화까지 하고 있다.

인간과 깊은 상호작용을 하는 정말 인간 같은 AI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지만 AI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연구는 세계 각국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의 구현 방법이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기계학습)에서 딥러닝(Deep Learning·심층학습)으로 빠르게 넘어가면서 더 똑똑한 AI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딥러닝이란 간단히 말해 스스로 학습하는 AI다. 머신러닝과 달리 인간이 학습을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학습하고 예측하는 기술이다. 지난 2016년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바둑 대결을 펼치며 큰 화제가 된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에도 딥러닝이 적용됐다. 더 영리한 AI라고 볼 수 있는 딥러닝 기술은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뛰어난 컴퓨터의 자료 처리 능력으로 인간에게 수많은 편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AI가 인간에게 다양한 미래를 상상하게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인간과 AI가 진정한 의미의 공존을 위해선 아직까지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올해 초 우버의 자율주행자동차 테스트 중 첫 보행자 사망사고가 일어나는 등 잇따라 자율주행차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 문제가 큰 이슈가 됐다. 자율주행자동차가 실제 현실로 다가오면서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논쟁은 자율주행차의 윤리적 딜레마다. 두 부류의 사람 가운데 어느 한 쪽의 인명 손실이 불가피할 경우, 어린이를 살릴 것인가 노인을 살릴 것인가의 문제부터 남성 대 여성, 소수 대 다수 등에 대해 보편적인 선택 기준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이 같은 기준은 문화적, 사회적 차이 등에 따라 국가마다 선택 기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이미지투데이.
비단 윤리적 문제 뿐만이 아니라 AI가 해결해야 할 숙제들로는 감정, 자아, 공정성 등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연구들도 적극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마이크로소프트(MS)는 몇 년 전 AI 채팅로봇 ‘테이(Tay)’를 내놨다가 ‘테이’가 ‘부시가 911을 일으켰다’라는 자극적인 내용의 정치적 발언을 하는가 하면 ‘대량학살을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에 ‘진정으로 그렇다’고 대답하는 등 물의를 일으키자 공개 하루 만에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테이가 사고, 감정, 의지 등의 주체인 자아(ego)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AI가 인간과 훌륭한 상호작용을 하기 위해선 인간과 외모까지 아주 비슷하게 닮아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해 주는 이론은 일본의 로봇 공학자 마사히로 모리(masahiro mori)가 지난 1970년대 제시한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효과다. 이 이론은 인간이 로봇 등 인간이 아닌 존재를 대할 때 그것과 인간 사이의 유사성이 높을수록 호감도는 높아지지만 일정 수준에 이르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꼈다가 인간과 거의 구별 불가능한 정도가 되면 호감도가 다시 증가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일본의 소프트뱅크 로보틱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나오’와 ‘페퍼(Pepper)’에 대한 호감도가 지난 1월 방한해 화제가 된 홍콩의 ‘소피아’보다 호감도가 높다. 실제로 ‘오드리 헵번’을 본떠 만들었다는 소피아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신기하지만 불쾌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소피아에 비해 인간의 모습과 다소 거리가 먼 나오나 페퍼에 대해선 불쾌한 감정을 갖지 않는다.

도움말=황유진 과학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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