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강종구기자] 회사가 보유한 실물자산이나 채권등을 담보로 해 발행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이 유럽시장에서 발행자와 주간사, 투자자를 모두 만족시키는 최고의 자금조달수단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즈(FT)가 9일 보도했다.
일반 회사채를 포함한 다른 채권시장이 높은 변동성과 발행물량 급감 등으로 극도의 침체에 빠져 있는 것과는 달리 ABS를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은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유럽시장에서 발행된 ABS규모는 올해들어서만 920억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이중 170억유로가량은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회사채 발행시장의 위축과는 달리 ABS의 발행은 거의 줄지 않고 있으며 거래 또한 활발한 편이라는 것이다.
올해말까지 예정된 ABS발행도 수두룩하다. 이미 수차례 ABS를 발행한 바 있는 영국의 애비내셔널은행은 모기지를 담보로 42억유로규모의 ABS를 발행할 예정이며 바클레이즈은행도 신용카드매출을 담보로 한 10억유로의 ABS를 발행할 계획이다.
또한 프랑스 자동차업체인 르노는 자동차할부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14억유로규모의 유동화증권을 준비하고 있다. 이탈리아 자동차업체인 피아트도 지난 7월 똑같은 구조의 ABS를 발행한 바 있다.
유동화증권은 일반 회사채발행에 비해 증권사가 요구하는 인수수수료가 비싸고 상품구성에 걸리는 시간도 길지만 한꺼번에 거액의 채권을 발행할 수 있고 현금흐름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이나 자동차업계 뿐 아니라 전체 산업군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실제로 스코틀랜드의 위스키제조업체인 킨달의 경우 숙성중인 위스키를 담보로 1억8800만파운드의 ABS를 발행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ABS 발행 증가는 회사채시장위축과 기업 인수합병(M&A)시장 침체로 일감이 떨어진 투자은행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일반 회사채의 인수수수료는 지난 2년간 크게 하락해 인수매력이 크게 떨어졌지만 ABS의 인수수수료는 이에 비하면 상당히 비싼 편이기 때문이다.
또한 증시침체와 금리하락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큰 위험을 부담하지 않으면서도 일정한 이자수입을 보장하는 ABS을 찾고 있다. 하이일드채권(정크본드)를 담보로 하는 CDO(채권담보부증권)처럼 올해들어 수익률이 크게 오른 ABS들이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ABS들은 금리가 크게 변동하지 않아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또한 비슷한 신용등급의 채권에 비해 높은 수준의 이자를 주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석 이조나 마찬가지다.
코메르츠방크의 이아인 바버는 "금융시장 혼란으로 투자자들이 신용과 안정성을 중시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ABS의 위험대비보상(risk-reward)수준이 매력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