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에서 채권으로
최근 미국 증시 투자자들은 주식에서 채권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방어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펀드실적조사업체 리퍼에 따르면 지난 달 채권형펀드로 유입되는 자금이 급증,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유입과 비슷한 규모를 나타냈다.
5월 미 주식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4월의 150억달러에서 102억달러로 감소한 반면 채권펀드로 들어간 자금은 76억달러에서 98억달러로 늘었다. 주식형펀드는 가장 대중적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펀드에서조차 9억달러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리퍼의 선임 분석가 돈 캐시디는 "좌절과 실망에 휩싸인 투자자들이 매우 금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수익을 노리는 것 보다는 손실을 줄이는 쪽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달 미 채권펀드에 투자된 자금은 특히 금리상승시 장기물에 비해 유리한 중단기펀드에 집중된 양상을 나타내 투자자들이 금리인상에 조심스럽게 대비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주식펀드에선 자금유입 규모에서 가치주펀드가 성장주펀드를, 중소형주펀드가 대형주펀드를 압도해 투자자들의 방어적인 입장을 시사했다.
◇해외자금 "썰물"
미국 주식시장의 침체와 달러화 약세가 겹치면서 국제 투자자금의 미국시장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20일 집계된 1분기 미국의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이 기간 미국으로 유입된 해외자금은 55%나 감소, 1133억달러를 나타냈다.
특히 1분기에 미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해외자금의 규모는 전년동기의 417억달러에서 176억달러로 급감했다. 기브랄타뱅크 웰스매니지먼트의 선임 부사장인 리처드 고테레는 "돈이 주식시장을 빠져나가고 있으며 이중 일부 자금은 미국을 영원히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은 최근의 수익률 상승(채권가격은 하락)에서 확인된다. 20일 미 국채시장에서 기준물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일대비 10bp 상승한 4.82%를 30년물은 7bp 오른 5.46%를 나타냈다. 단기물인 5년물과 2년물의 수익률도 각각 10bp, 12b씩 올랐다.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달러하락으로 해외자금 유입규모가 둔화되고 있다면 국채 수익률이 상승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엔 국채가가 오르고 수익률은 하락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미 경상수지 적자의 확대가 달러화의 수직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로치는 1분기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4.3%까지 증가한 경상적자 규모가 올해 말 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로치가 제시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달러 하락으로 외국인 투자자들과 미 국내 투자자들이 동시에 달러화 표시자산에 대한 익스포저를 줄일 것"이란 것인데 이미 이 같은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큰손은 헤지펀드로
미국 증시가 허약한 체질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자금이 헤지펀드로 계속해서 몰리고 있다. 특히 자산관리회사들은 부유층을 고객을 대상으로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는 주식시장보다는 위험회피 차원에서 헤지펀드로 자금을 유입할 것을 권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메릴린치와 캡제미니 언스트&영이 발표한 월드 웰스 리포트(World Wealth REport) 2002에 따르면 자산운용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함으로써 위험을 피하려는 심리가 결과적으로 헤지펀드의 활성화를 가져오고 있음이 수치로 증명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경제침체를 겪으면서 100만달러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3% 늘어난 710만명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총 자산은 지난해보다 3% 증가한 26조2천만달러에 달했다.
또한 지난해 헤지펀드의 수는 10년전 880개였던 것이 6000개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 같은 이유로 지난해 프라이빗 이쿼티(private equity)나 세퍼레이트 어카운트(Separate account;보험사들이 가입자들의 투자금과는 독립적으로 주식등에 투자하는 것), 최소원금보장형채권(Principal Protected Note; 투자자들의 초기 투자나 원금을 최소한 보장해 주는 채권) 등의 대안투자가 각광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 리서치 코프(FRC)의 조사에서도 이같은 경향은 분명히 드러났다. FRC는 지난해말 헤지펀드 자산이 5500억달러를 기록하고 계속해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같은 "헤지펀드 붐"이 이는 것과 동시에 투자자 유치를 위해 최소 투자자금이 기존 100만~500만달러였던 것이 이제는 25만달러까지 낮아졌으며 일부 등록된 헤지펀드들은 최소 투자금을 2만5000~5만달러, 심지어는 1만달러선까지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