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편한세상' 브랜드 놓고 주민·시공사 갈등 '왜?'

강남LH1단지, DL건설과 브랜드 사용 갈등
9년간 사용한 상표권, 등기상 표기도 요구
DL건설 “주민들이 무단 사용…원칙적 불허”
주민들 “광고판으로만 이용? 법적대응할 것”
  • 등록 2022-05-22 오후 1:52:08

    수정 2022-05-22 오후 10:02:51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DL건설이 광고판으로 아파트 외벽을 이용만하고 있다.”(LH강남1단지 입대의회장)

“준공 때 주민들이 일방적으로 ‘e편한세상’ 브랜드를 붙였다.”(DL건설 관계자)

최근 개·보수 공사를 마친 서울 강남구 세곡동 강남LH1단지 아파트 외벽.(사진=제보자)
외벽엔 ‘e편한세상’ 등기엔 ‘강남LH1단지’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세곡동 강남 LH1단지e편한세상(강남LH1단지) 아파트 주민들과 DL건설이 ‘e편한세상’ 브랜드 사용을 놓고 9년째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브랜드 표기를 단지 외벽 외 등기부등본상에도 표기해야 한다는 주민들과 상표권 보호를 위해 불허한다는 시공사 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모양새다. DL건설은 DL그룹의 자회사로 DL이앤씨와 아파트 브랜드인 ‘e편한세상’을 공유해 쓰고 있다.

현재 강남 LH1단지의 외벽과 버스정류장, 포털사이트 지도서비스 등에는 ‘강남LH1단지e편한세상’으로 표기돼 있다. 그러나 등기부등본상에는 ‘강남LH1단지’ 명시돼 있어 일상생활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고 단지 주민들은 주장한다.

김승업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 회장은 “아파트 외벽표기와 등기상 명칭이 달라 택배 등 배달 기사가 오해해 아예 물건이 안 올 때가 잦았고 매수자로서도 등기상 표기가 왜 다른지 의아해하는 등 생활의 불편은 물론 단지를 둘러싼 여러 가지 오해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자 주민들은 등기상 명칭도 e편한세상을 병행 표기하기 위한 작업을 벌였지만 DL건설 측에서 반대하면서 수년째 명칭 변경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아파트가 있는 강남구에서는 현행 행정절차상 단지 명칭 변경을 위해 주민들에게 △입주민 건축물 명칭 동의서 5분의4 충족 △주변 아파트와 혼동이 없어야 함 △외관 변경이 완료돼야 함 △건설사(브랜드소유자) 사용승낙서 필요 등을 제시했고 단지에서는 건설사 사용승낙서만 제출하지 못한 상태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시공사의 브랜드 사용 동의가 있어야 규정에 따라 변경처리가 가능하지만 해당 단지 동의서를 제출하지 못한 상태”라며 “구청에서는 DL건설에 수차례에 걸친 협조 요청 공문과 관계자 면담2회를 실시하고 간곡하게 주민간담회 참석을 요청했지만 시행사는 건설 당시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브랜드 사용을 불허했다”고 말했다.

DL ‘불허’ 방침에 주민들 “법적 대응”

DL건설은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 줄 수 없는 이유로 ‘상표권 보호’를 주장한다. 아파트 시공 당시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설계한 단지를 단순 시공만 했기 때문에 DL건설의 상품구성, 마감 등 건축설계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건축물에는 브랜드 사용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DL건설이 설계에도 참여했다면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다른 e편한세상 단지와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DL 관계자는 “강남LH1단지 외벽의 e편한세상 네이밍은 우리가 부착한 것이 아니고 입주자 측에서 일방적으로 설치했다”며 “해당 단지는 LH 발주를 받아 단순 시공만 했기 때문에 설계를 하지 않은 이상 브랜드 네이밍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강남LH1단지 주민들은 DL건설의 이 같은 답변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브랜드를 단지 외벽에 설치했던 2014년6월 준공 당시 설치비와 이달 개보수 작업을 할 때 설치비 모두 DL건설 측이 제공한 사실과 법무법인 공증에 의한 하자종결 작업 합의사항에도 해당 내용이 명시·문서화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DL건설이 브랜드 사용을 최종 불허한다면 아예 철거 작업까지 마쳐달라는 게 주민들의 요구다.

김 회장은 “수 백만원이 달하는 설치비를 DL건설에서 처리한 사실이 있는데도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차라리 외벽 설치물 모두 철거해 달라”고 했다. 이어 “지난 9년간 해당 단지 외벽에는 ‘e편한세상’이라는 브랜드를 붙여 DL건설의 광고판처럼 이용하더니 이제 와서 상표권 사용을 불허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법적 대응을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DL건설은 이에 대해 “해당 단지는 ‘e편한세상’ 브랜드를 적용할 수 없으며 유지보수비용을 지급하고자 합의한 것은 브랜드 관리를 위한 것일 뿐”이라며 “철거와 관련해서는 사측에서 추후 공문을 통해 답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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