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가격인하에 이란까지…깊어지는 사우디의 고민

6월 OPEC 회의에서 갈등 가시화 될듯
  • 등록 2015-04-12 오후 2:07:58

    수정 2015-04-12 오후 2:07:58

[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세계 석유 수출 1위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시장 점유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그러면서 미국과 걸프연안 지역 국가들 같은 전통적인 동맹국들과 갈등이 커지고 있으며 이란 핵협상 타결로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조만간 풀릴 것이라는 전망에 사우디의 고민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사우디의 원유 수출은 지난해 전년대비 5.7%나 감소했다. 수요가 급증하던 중국으로의 수출도 올 첫 두 달동안 지난 2011년 이후 최저치로 내려 앉았다. 미국으로의 판매도 지난 1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반토막 났다. 중국과 미국은 사우디의 가장 큰 원유 수입국으로 사우디 총 산유량의 각각 10%, 8% 가량을 수입한다.

사우디는 중국시장에서 경제 둔화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드는 가운데 라이벌인 러시아와 쿠웨이트,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등이 더 나은 가격 조건으로 중국에 원유 수입을 제안하면서 고전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막대한 양을 쏟아내는 미국내 셰일가스 업체들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 11월 석유수출기구(OPEC)국가들과 단합해 석유 공급량을 줄이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든든한 원유 보유량 덕분에 유가가 하락해도 시장 점유량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지난 9개월동안 6번이나 아시아 국가들에 공급하는 원유 가격을 인하하면서 점유율 유지에 안간힘을 써왔다.

그러나 러시아와 다른 걸프연안 국가들은 중국, 인도, 유럽 정제소들에 더 나은 가격으로 원유를 공급하는 딜을 체결하면서 사우디 전략을 무색케 했다. 실제 쿠웨이트는 지난해 중국의 최대 원유 정제소인 중국석유화학공사(SINOPEC)과 10년 기한 원유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수출량을 대폭 늘렸다.

향후 10년동안 에너지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면서 쿠웨이트나 UAE 등이 점유를 유지하기 위해 생산량을 확대할 경우 시장 점유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존 홀 알파그룹 대표는 “사우디는 OPEC 국가들과 더욱 공격적으로 경쟁해야 하지만 꼭 승리자가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분석했다. 쿠웨이트는 2020년까지 현재 하루 320만배럴에서 400만배럴 생산으로 생산량 확대를 꾀하고 있다. UAE는 2017년까지 하루 생산량을 350만배럴로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국제 에너지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원유 생산 기준 사우디 점유율은 지난 2013년 10.3%에서 지난해 10.2%로 감소했다. 그러나 사우디는 75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 보유고를 바탕으로 생산비용 등을 보충하면서 배럴당 50~60달러선으로 유가가 책정되더라도 적어도 8년은 버틸 수 있을 것이라며 장담하고 있다. 당장 공급량을 줄여 가격을 올리는 것보다는 생산량을 유지해 가격은 떨어지더라도 점유율을 지키는게 장기적으로 수지에 맞다고 계산한 것이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6월 열리는 OPEC 회의에서 OPEC 국가들의 갈등이 증폭되며 분열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쿠웨이트와 UAE는 사우디의 가장 가까운 동맹이지만 원유 시장을 주고 싸움이 가열되고 있다. 올들어 두 달 동안 UAE와 쿠웨이트의 중국 원유 수출량은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6%, 98% 늘면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해 11월 쿠웨이트는 이미 사우디를 제치고 대만의 가장 큰 원유 수출국으로 발돋움 했다.

이란의 부상도 관건이다. 이달초 미국 등 서방과의 핵협상 타결로 서방 경제 제재 해제로 OPEC 회원국 이란의 원유가 시장에 풀리게 되면 유가는 더욱 하락 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미 이란은 만약 경제 제재가 해지될 경우 원유 수출량을 현재 2배로 늘리겠다고 밝힌바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란이 하루 생산량을 기존 생산량에 더해 50만~100배럴까지 추가로 늘릴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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