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만큼이 4만원… 화장품값, 환장하겠네

"가격 높여 이미지 높이자" 업체들 ''프라이스 마케팅'' 경쟁 40mL에 160만원 크림까지
"30만원짜리 납품가는 5만원 그 중 원료가격은 1만원 정도"
  • 등록 2009-10-28 오전 9:45:28

    수정 2009-10-28 오전 9:45:28

[조선일보 제공] 4만원, 2만6000원, 2만5400원….

최근 출시된 초고가(超高價) 화장품의 1mL당 가격이다. 1mL는 '완두콩 한 알' 정도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화장품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시세이도의 '끌레드뽀 보떼'는 최근 40mL짜리 노화방지크림을 160만원에 내놓았다. 겔랑도 앞서 올 초 15mL짜리 크림 4개를 묶어 160만원에 내놨고, 라프레리도 지난 4월부터 50mL짜리 크림을 127만원에 팔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화장품 코너를 찾은 오윤주(31)씨는 "해도 너무한다 싶지만, 한편으로는 왠지 그 정도 효과가 있을 것 같아서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 사진-Getty Images 멀티비츠

◆화장품 업체들 "원료가 다르다"

비싼 가격에 대해 화장품업체들은 "차별화한 원료들을 넣었기 때문에 비쌀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160만원짜리 화장품을 내놓은 시세이도는 이 제품에 대해 "자체 연구소와 하버드 피부과학연구소가 12년 연구 끝에 개발한 특수 성분이 피부 림프선을 강화해 노화를 방지한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나치게 비싼 것 아니냐"는 질문에 "화장품에 들어간 향료만 하더라도 별도의 장미품종을 11년간 개량하는 등 차별화된 원료를 썼기 때문에 비쌀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127만원짜리 크림을 파는 라프레리측은 "음이온을 띠는 '플래티늄' 성분이 전자밸런스를 잃은 피부의 균형감을 되찾아준다"고 광고한다. 하지만 기능성 물질의 정확한 함량을 정확히 밝힌 적은 없다.

국내 화장품도 고급 원료를 내세워 가격이 비싸지는 현상은 마찬가지다. LG생활건강의 브랜드 '후'의 환유고 크림은 60mL에 68만원, 오휘 V셀렉션은 45mL짜리 2개 한 묶음에 90만원이다. 환유고 크림은 60여개의 한약재를 달여 만들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고 V셀렉션은 '인간 성장 호르몬'을 제품에 활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27일 서울 시내의 한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 최근 화장품 업계엔 ‘160만원짜리 크림’등 초고가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격 올려 이미지 높이는 '프라이스 마케팅'

화장품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고가의 화장품을 출시하고 있는 주된 이유로 일부 전문가들은 '프라이스(price) 마케팅 전략'을 꼽는다. 제품의 가격을 일부러 높게 책정해 브랜드 '이미지' 자체를 높인다는 것. 실제로 자외선 차단지수 등이 비슷한 선블록 크림이 인터넷을 통해서는 1만원 안팎에 판매되는 반면 백화점 수입화장품 코너에서는 30만원까지 나간다. 비슷한 성분이 들어간 경우에도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노화를 방지한다는 콜라겐 성분이 들어간 크림의 경우 50mL로 용량이 같은 더페이스샵의 '플레보떼 콜라제닉 콜라겐 크림'(2만9900원)과 시슬리 '끄레므 콜라겐 에 모브'(19만2000원)는 가격이 6배 이상 차이가 난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100% 똑같은 성분을 사용한 화장품이 없어 단순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비슷한 성분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차이가 벌어지는 현상을 단순히 '기술력'이나 '제품 효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홍성태 교수는 "하나의 제품을 출시할 때는 가격·매장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가격을 고가로 채택할 경우, 고급제품으로 시장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능성 앞세운 가격 인상은 상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능성 화장품의 '기능'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많았다.

국내 모 화장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시중 가격 30만원짜리 화장품의 경우, 우리가 병에 넣은 완제품 상태로 유명 브랜드에 납품할 때의 가격은 5만원 정도"라며 "5만원 중 원료 가격은 1만원 정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기능성 화장품이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어느 화장품에나 똑같이 들어가는 보습 성분의 함량이 80% 정도"라며 "나머지 20%가 엄청나게 비싼 물질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 양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유명 대학병원 피부과 교수는 "화장품에 들어가는 기능성 물질은 구조적으로 극히 소량일 수밖에 없다. 기능성 물질이 일정량 이상 들어가게 되면 화장품이 아닌 의약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능성을 내세워 가격을 올리는 것은 상술"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정진호 교수는 "기능성 인증을 거친 제품은 어느 정도 기능성을 인정받았다고 봐야겠지만, 현행 식약청 기준으로는 제품 간 효능 비교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싼 제품이 싼 제품보다 반드시 효능이 뛰어나다고 볼 객관적 근거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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