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때문에`..100억대 사옥 매각나선 조폐공사

5만원권 발행 이후 경영난 심화..자구책 마련
매입 2년 밖에 안된 서울사옥 매각키로
  • 등록 2010-07-20 오전 10:05:32

    수정 2010-07-20 오전 11:02:24

[이데일리 윤진섭 기자] `5만원권 신사임당 지폐`의 산파(産婆) 역할을 했던 한국조폐공사가 정작 5만원권 때문에 곳간이 비게 돼 서울 사옥 매각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20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따르면 조폐공사는 자구노력을 통한 재무건전성 확보 등을 위해 서울 마포구 창전동 서울사옥을 캠코에 위탁해 매각한다.

현 서울 사옥의 매각 추정 금액은 100억원대로 조폐공사는 건물을 매각하면 5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확보한 현금은 경영 차입금을 상환해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조폐공사 서울사옥은 대지면적 990㎡에 지상3층 규모로, 지난 2007년 8월 경기도에 있던 `분당사옥`을 매각한 뒤 서울 진출을 위해 2008년 5월 매입했었다.

이처럼 조폐공사가 매입한 지 채 2년 밖에 안된 서울사옥을 매각키로 한 것은 5만원권 발행으로 인한 10만원권 수표 수요의 감소 등 경영수지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5만원권이 지폐가 나온 뒤 5만원권 1장이 1만원 5장을 대신하는 바람에 조폐공사는 일감이 대폭 줄었다. 연간 10억장을 발행하던 지폐발행량이 5만원이 나온 뒤 5억장으로 엄청 쪼그라들었다는 게 조폐공사의 추산이다.

특히 5만원권은 개발비용 등을 감안할 때 장당 210원은 받아야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는데, 한은이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가격을 185원으로 정해 적자가 가중되고 있다는 게 공사측의 설명이다. 여기에 은행마다 수수료 부담이 있는 10만원권 수표를 전보다 덜 발행하고 있는 것 역시 조폐공사의 경영 악화를 부채질 하고 있다.

재정부의 공기업 경영실적 분석에 따르면 조폐공사 매출은 2008년 3811억원까지 늘어났다가 지난해 3530억원으로 2005년 이후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또 2008년 56억원에 달했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5억2600만원으로 10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문제는 한국은행이 앞으로 1만원권을 대폭 줄이고 5만원 발행을 늘릴 계획을 가지면서 조폐공사의 경영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 일각에선 조폐공사의 올해 당기순손실이 140억원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폐공사가 경영 악화의 돌파구로 마련한 것이 내부적으로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짠물경영을, 대외적으로 해외 시장 개척이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비상경영`에 들어가 명예퇴직을 비롯해 부서별 인력, 경비 절감 등 긴축 경영에 나선 상태"라며 "중국, 베트남, 이스라엘 등지에 화폐용지와 주화를 수출한데 이어 올해는 아르헨티나에 주화를, 코스타리카와 아프가니스탄에 전자여권을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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