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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현지시간)애플이 첫 번째 5G폰 ‘아이폰12’를 출시하면서 28㎓를 지원하는 ‘진짜 5G’를 아이폰12의 핵심 기능으로 소개했지만, 며칠도 안 돼 미국 현지에서 제대로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한, 애플은 5G 통신망이 거의 안 깔린 유럽과 인도 등에서는 5G 홍보 내용을 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애플이 미국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버라이즌은 5G 주력망으로 28㎓ 채택)을 고려해 28㎓를 홍보했지만 미국에서조차 속도를 체감하기 어렵고 ▲초고주파 대역인 28㎓가 아닌 3.5㎓를 5G 주력 통신망 대역으로 선택한 한국 기업들과 정부의 선택이 옳았음을 보여준다.
애플의 굴욕..28㎓에서도 속도제대로 안 나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애플의 첫 5G폰 ‘아이폰12’ 시리즈를 공개하면서 “5G를 통해 아이폰에 새로운 시대를 연다”고 말했다.
특히 일각에선 애플은 아이폰12 미국 출시 모델에만 ‘28㎓ 지원 안테나’를 장착해 속도가 훨씬 빠른 진짜 5G를 미국 국민은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다.
미국 IT 매체 더버지는 “버라이즌 5G는 T모바일보다 놀라운 속도가 나오지만 5G가 터지는 지점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고, PC맥은 “버라이즌의 전국망 5G는 기존 4G에서 5G 데이터를 전송하는 동적 스펙트럼 공유(DSS·Dynamic Spectrum Sharing)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5G 최대 다운로드 속도(LTE의 20배)를 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IT 셀럽인 이샨 아가르왈은 “애플은 인도에서 5G가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5G가 구축되지 않은 국가에선 5G 홍보 내용을 뺐다”고 말했다.
한국 선택이 맞았다..갈길 먼 5G
20배 속도가 나오는 진짜 5G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애플과 버라이즌이 자랑한 미국에서도 불가능하다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기술과 재원, 서비스 모델 문제로 5G 주력망은 6㎓ 이하 대역이 적합하다고 입을 모은다.
영국 조사업체 오픈시그널에 따르면 28㎓ 를 주력망으로 하는 버라이즌의 5G 가용성(연결시간·Availability)은 0.4%에 불과해, 2.5㎓ 대역을 사용하는 T모바일의 가용성 22.5%에 비해 훨씬 낮다. 같은 조사에서 SK텔레콤 15.4%, LG유플러스 15.1%, KT 12.5%보다 낮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18년 5G 주파수를 경매하면서 3.5㎓와 28㎓ 모두를 분배했고, 정부와 사업자들이 논의해 3.5㎓ 대역을 5G 주력망으로 쓰고 있다. 한국의 선택이 옳았던 셈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애플 아이폰12에 28㎓ 주파수 안테나가 장착됐다는 이유만으로 ‘진짜 5G’라 하는 것은 황당하다”면서 “미국 내 최대 고객인 버라이즌을 배려하는 애플의 사정을 이해해도 미국에서조차 낮은 커버리지로 인한 가용성 문제가 심각하다. 오죽하면 FCC가 우리나라처럼 중·저대역을 5G 주력망으로 하려고 경매까지 추진하겠나”라고 말했다.
통신사들은 정부와 공공기관의 5G 업무망을 시작으로 28㎓는 속도와 대용량 데이터가 필요한 초실감형 콘텐츠나 자율주행자동차 등 기업용 서비스(B2B)부터 활용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8㎓ 기반 5G를 전국망으로 사용하기에 기술적 한계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다”면서 “우선은 전국의 인구 밀집지역(핫스팟)이나 B2B 서비스를 중심으로 확산돼 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통신3사는 기업용 서비스를 위해 최근 삼성전자에 28㎓ 상용 기지국을 각각 40개~80개 정도 발주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