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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지난 14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청파동에 위치한 유명 냉면집 앞에는 수십명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소개한 청파동 거리에는 탁한 공기에도 삼삼오오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청파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4)씨는 이런 상황이 마냥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김씨는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우리 가게에도 손님이 늘었다”면서도 “동네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고 말하는 주민들도 있는데다 인기가 많아져 임대료가 상승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홍은동과 청파동을 찾는 방문객들이 급격하게 늘면서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상인들도 유명세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우려하며 본인의 동네나 가게가 유명세를 타는 걸 꺼리는 이른바 `혐핫` 현상이 퍼지고 있다.
예능프로 소개된 청파·홍은동 유명세 …주민들 “소란에 치안불안”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과 용산구 청파동은 SBS의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골목식당`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특히 홍은동의 돈가스집과 청파동 냉면집은 프로그램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동네를 찾는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늘었다.
하지만 청파동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갑작스런 유명세가 달갑지 않다는 입장이다. 청파동에 거주한다는 장모(55)씨는 “이른 아침부터 냉면집에서 식사하려는 사람들로 동네가 소란스럽다”며 “방송이 나간 이후로 조용할 날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모(35)씨도 “냉면집은 집 근처여서 자주 찾아갔던 단골 가게인데 요즘엔 먹을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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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 “방송 후 건물주 임대료 상승 문의”…이태원, 유명세로 3년새 임대료 10%↑
주민들이 소란스런 분위기와 빼앗긴 단골집에 `혐핫`을 한다면 상인들은 다른 이유로 늘어난 발걸음이 마냥 즐겁지 않다. 유명세를 얻은 동네에서 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이 그 이유다. 대표적인 예로 이태원은 이국적인 분위기로 유명세를 얻어 방문객들이 늘었지만 상가 임대료가 최근 3년간 10.16%로 서울 지역 평균의 6배나 올랐고 상가의 공실률도 21%에 달했다. 전통문화가 남아 있어서 유명세를 얻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과 익선동도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 중이다.
홍은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8)씨는 “요즘은 동네가 조금만 뜬다는 말만 돌아도 임대료 오를 걱정부터 든다”며 “유명세로 하루에 손님 20여 명을 더 받는 것보다 임대료가 안 오르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두려움을 느끼는 상인들에게 제도적인 보호막과 건물주와의 상생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한번 유명세를 탔다고 반드시 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현상 자체가 지역 상권 활성화 자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적은 자본을 가진 상인들이 많은 자본을 가진 기업들에게 상권을 잠식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남승하 숙명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상인의 생존권까지 위협하지 않도록 촘촘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성동구청이 건물주와 임차인의 상생협약을 주선해 임대료 상승을 막았듯이 지방자치단체 등이 건물주와 임차인이 상생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용어설명
혐핫= 혐오(嫌惡·싫어하고 미워함)와 핫플레이스(Hot Place·인기있는 장소)가 합쳐진 말이다. 특정 장소가 지나치게 인기를 끌면서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에 염증을 느끼는 것을 일컫는 신조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