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4월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국내 증시가 빠른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매도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4월3~14일) 일평균 코스피 공매도 거래대금은 6346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닥시장은 3627억원으로 확인됐다. 양대 증시의 이달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 규모는 지난 2001년 월별 데이터를 집계한 이후 최대치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먼저 매도한 뒤 다시 매입한 주식을 갚아 투자 수익을 올리는 기법으로,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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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와 비교해도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세가 뚜렷하다. 지난 1월 일평균 코스피 공매도 거래대금은 3730억원에 그쳤다. 이달(6346억원)과 비교하면 70.1% 증가한 셈이다. 코스닥도 1월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이 835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달(3627억원) 334.4% 늘었다.
공매도가 급증한 건 국내 증시 회복세가 두드러지면서 거래대금 규모가 빠르게 늘어난 게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14일 기준 코스피는 2571.49를 기록해 지난해 말(2236.40) 대비 15% 상승했다. 코스닥은 903.84로 마감해 지난해 말 (679.29)보다 33.1% 올랐다. 특히 코스닥은 전 세계 지수 중 가장 상승률이 가팔랐다.
연초 빠른 회복세를 보였던 양대 지수 흐름이 이달부터 제동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코스닥 상승을 주도했던 2차전지 종목의 공매도 거래대금이 늘어난 게 눈에 띈다.
에코프로(086520)와
에코프로비엠(247540)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1000억원을 넘어섰다.
2차전지주 상승을 주도한 개인투자자들이 지수 하락에 적극 베팅하는 흐름이다. 지난 한 주간(4월10~14일)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 지수 하락 시 수익을 보는 인버스 상품이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순매수 2위에는 ‘KODEX 200선물인버스 2X’가, 3위에는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가 각각 진입했다. 아울러 11위에는 ‘삼성 인버스 2X 코스닥150 선물 ETN’, 12위에는 ‘미래에셋 인버스 2X 코스닥150 선물 ETN’ 등이 들어섰다.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국내 증시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3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1% 감소하는 등 2개월 연속 위축된 점은 한국 증시에 부담”이라며 “기대 인플레 급등과 실물 경제지표 부진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증시 투자 심리에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