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고수'' 성룡·이연걸의 액션 대결

향수 불러일으키는 ''맨주먹 액션''
익숙한 스토리… 긴장감은 떨어져
  • 등록 2008-04-25 오전 10:57:00

    수정 2008-04-25 오전 10:57:00

[조선일보 제공] 4월 마지막 주 조선일보 영화팀의 선택은 롭 민코프(Minkoff) 감독의 판타지 무협 액션 '포비든 킹덤'이다. 1979년 개봉해 80년대까지 휘어잡았던 '취권'의 성룡과 90년대 정통 무협극의 진수를 보여준 '황비홍'의 스타 이연걸이 처음 같은 영화에서 만난 것 하나만으로도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둘의 한판 대결에 대한 관심은 할리우드도 움직였다. 미국에선 지난 18일 개봉해 첫 주 약 214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 1위에 올랐다.

성룡이 '취권'에서 스타로 발돋움하고 79년 '소림사'로 데뷔한 이연걸이 '황비홍'(91년)으로 무협사(史)에 이름을 화려하게 새긴 뒤 17년이 지나서야 둘이 한 작품에서 만났다. '포비든 킹덤'의 시나리오를 먼저 본 이연걸은 상대 배우로 성룡을 희망했고, 성룡은 "이연걸이 출연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출연하고 싶었다"며 제작사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54세 성룡과 45세 이연걸의 등장은 그 둘의 나이만큼이나 선도(鮮度)가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이를 가늠키 어려운 둘의 맨주먹 액션은 이 모든 것이 기우(杞憂)임을 일깨운다. 성룡은 30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린 듯 절대 고수 루얀으로 출연해 코믹 무술을 과시한다. 진중한 수도승 란과 코믹한 손오공(멍키 킹) 두 가지 역할을 한 이연걸은 예전의 묵직함에서 코믹 연기로 영역을 넓힌다. 

▲ 중국 무협 영화의 대가 이연걸(왼쪽)과 성룡이 처음으로 스크린에서 만나 대결을 펼쳤다./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컴퓨터 그래픽과 와이어 액션으로 구현되는 비현실적인 장면보다 둘의 장기를 앞세운 권법의 전시(展示)는 '쿵후 키드'들의 향수와 감수성을 자극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성룡의 취권과 학권에 맞서는 이연걸의 봉술과 당랑권의 향연을 보면 '무협영화란 바로 저런 거야!'하며 주먹을 움켜쥐게 만든다.

서유기를 바탕으로 옥황상제와 손오공이 등장하는 이야기 구조는 관객의 흥미를 유도한다. 서유기가 허영만의 '날아라 슈퍼보드'로 그려지고 일본 도리야마 아키라의 '드래곤 볼'로 큰 히트를 쳤던 것처럼 이번 영화를 통해 새롭게 구현되는 손오공 설화는 큰 배경 설명 없이도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 수 있게 한다. 그 외에도 중국 무협 팬들에게 익숙한 '백발마녀'나 '소림사' 등도 등장해 친숙함을 더한다.

두 고수의 첫 대결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에 비하면 전체적인 구조는 진부하다. 소심하고 나약한 주인공 제이슨(마이클 안가리노)이 루얀과 란 두 무림 고수를 만나면서 힘을 키운다는 스토리다. 극명한 선악 대결도 반전의 여지가 없어 극적 긴장을 반감시킨다.

줄거리

쿵후를 좋아하는 미국 고교생 제이슨(마이클 안가리노)은 자주 놀러가는 차이나타운 전당포에서 정체불명의 봉을 발견한다. 소심하고 나약한 제이슨은 동네 불량배들에게 쫓기다 봉에 이끌려 '금지된 왕국(포비든 킹덤)'으로 떨어진다. 절대 고수 루얀(성룡)과 란(이연걸)은 제이슨이 500년 동안 봉인된 손오공을 깨우는 예언의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된다. 제이슨은 왕국을 지배하는 제이드(콜린 추)와의 대결을 위해 루얀과 란에게 무술을 배운다.

전문가 별점

―현존하는 액션 영화의 마스터가 경합을 벌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영화. 단순함의 재미를 만끽한다.
(★★★ 이상용·영화평론가)

―기대했던 용호상박은 없고 잔소리꾼 성룡의 어록만 남았구나!
(★★ 황희연·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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