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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사태 해결 위한 첫발…미·러 우선순위 확인
미국과 러시아는 1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우크라 사태 해결을 위한 첫 안보회담을 진행했다. 약 8시간의 마라톤 회의가 이어졌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파했다.
회담 직후 미국측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수출통제 등의 초강경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고, 러시아측은 협상 결렬 시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거론하며 기싸움을 이어갔다.
이번 회담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에 러시아가 인근에 군대를 배치하는 등 군사적 긴장을 높인 데 따른 것이다. 미국 등 서방 진영은 나토의 개방정책을 강조하면서 우크라이나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러시아는 자국의 안보 이익을 들어 나토의 동진을 금지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고 아직 이 모든 것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모른다”면서도 “우리는 나토 동맹의 핵심가치인 개방 정책이 닫히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셔먼 부장관은 또 러시아측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의도가 없다고 설명했으나 러시아가 긴장 완화에 나설 준비가 됐는지에 대해서는 명확치 않다고 부연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도 같은 시간 별도 브리핑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계획이나 의도가 없다고 미국에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주요 문제들은 보류 중이고, 우리에게 맞는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미국측의 준비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서방이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랴브코프 차관은 협상이 실패할 경우 러시아의 대응이 군사·기술적 성격을 띠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셔먼 부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당시를 넘어서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면서 동맹들과 러시아에 대한 수출통제 등의 제재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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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측은 집결된 러시아 병력의 귀환 등을 긴장 완화 조치로 거론하면서 “긴장 완화 없이는 건설적이고 생산적이며 성공적인 외교를 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아주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호적 조치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면서, 미사일 배치와 군사훈련 범위 및 규모 상호 제한과 관련한 논의에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제네바 회담에서 큰 진전을 기대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두 당사자가 극명하게 다른 목표를 가지고 그 회의에 참석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양측이 이번 회담의 성격을 협상이 아닌 ‘실무적 논의’였다고 표현한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셔먼 부장관은 “오늘은 토론이었고, 서로와 서로의 우선순위를 더 잘 이해하는 자리였다”며 “협상이라고 부를 것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랴브코프 차관도 “회담은 어렵고, 길고, 매우 전문적이고, 구체적이었다”며 “미국측이 우리측 제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깊이 연구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셔먼 부장관은 조만간 러시아측에 다시 만날 것을 제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대표단은 11일 벨기에 브뤼셀로 건너가 나토에 러시아와의 회담 내용을 브리핑할 계획이다. 이어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와 러시아간 회담이, 1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미국과 러시아가 참석하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