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구호는 우리 군과 주한미군이 피아식별을 위해 사용하는 비밀 단어 등으로, 유출 시 군사작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 군사기밀보호법상 메모나 발설이 금지된다.
A씨는 밤 10시 21분 해안소초 한 곳에 전화해 “나 사단 D장교”라고 말한 후 끊었다. 그리고 5분 후 다시 전화를 걸어 중사 B씨가 전화를 받자 “나 사단 D장교다. 암구호가 뭔지 아나”라고 물었다. 이에 B씨가 “암구호를 일반 전화로 전파하는 것은 금지됐다”고 답하자 전화를 끊었다.
소초 근무 하사, 장난전화에 그대로 속았다
A씨는 3분 후인 밤 10시 53분 다시 같은 소초에 전화를 걸어 이번엔 “중대를 연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C씨가 관등성명을 묻자 “사단의 D장교”라고 둘러댔다. 이어 밤 10시 57분엔 먼저 전화를 걸었던 소초에 전화해 ‘중대를 연결해 달라’고 하고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밤 11시 11분 해당 소초에 다시 전화해 ‘중대를 연결해 달라’고 했고, 근무자였던 중사 B씨가 관등성명을 묻자 이번엔 자신을 ‘하사 A입니다’라고 답했다. A씨의 부정확한 발음을 듣고 B씨가 “음주를 했냐”고 묻자, A씨는 “조금 했다”고 말한 후 전화를 끊었다.
해당 부대는 뒤늦게 암구호 유출 사실을 확인했다. 군은 19일 새벽 고속상황전파체계를 통해 암구호 및 합구호 유출에 따라 전군에 암구호 등을 변경하도록 했다.
부대 관계자는 2월 19일 새벽 2시 7분께 부대 관계자가 A씨에게 연락해 “암구호 탐지 등을 한 사실이 있으십니까”라고 물었고, A씨는 여기에 “맞다”고 답했다. 과거 같은 부대에서 근무했던 부사관이 사건 이후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시 상황에 대해 다시 물어보자, A씨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예전 부대가 생각나 전화를 걸었다”고 둘러댔다.
국군방첩사령부는 이후 수사에 착수했다. 암구호를 A씨에게 유출한 하사 C씨에 대해 과실로 인한 군사기밀누설죄 혐의로 수사했다. 지휘라인에 있던 군 관계자들에 대해선 군 차원의 징계가 내려졌다.
이와 별도로 A씨가 해당 부대에서 2020년 부사관으로 전역한 예비역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한편, A씨의 PC와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을 진행했다. A씨는 방첩사 조사에서 암구호가 3급 군사기밀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으며, 이를 유출한 사실과 그로 인해 군 전체가 암구호를 변경한 사실에 대해 전부 인정했다. 다만 “장난전화를 건다고 생각해 별다른 생각 없이 전화를 걸었지만 암구호를 전파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사건을 심리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2단독은 지난해 12월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난으로 그 같은 행위를 했고 군사기밀 누설로 군사경계 작전에 혼란을 초래할 의도나 목적이 없었다 해도 군사기물 누설의 고의를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