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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다임도 지난해 11월 전략적 파트너사인 SK케미칼 판교 본사 내에 자체 합성연구소를 신설했다. 스탠다임과 SK케미칼은 2019년 7월부터 스탠다임의 AI 플랫폼을 활용해 신약후보물질 공동연구를 진행해왔다. 스탠다임 역시 AI 플랫폼을 통한 신약후보물질 설계부터 합성까지 자체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AI 신약 개발사들이 자체 합성연구소를 마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체 파이프라인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대부분 AI 신약 개발사들은 다른 제약사와의 공동 파이프라인 외에, 인하우스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탠다임은 자체 파이프라인을 24개, 디어젠은 7개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자체 파이프라인으로 AI 플랫폼을 입증하면 다른 제약사와의 협업 기회도 늘릴 수 있다. AI가 도출해낸 약물 후보물질의 효과 유무를 확인하려면 약물 합성 과정이 필요한데, 보통 AI 신약 개발사들은 CRO(임상시험수탁기관) 업체에 약물 합성을 맡겨왔다. 그러다 보니 자체 파이프라인을 빨리 진전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고, 최근 합성 연구소를 마련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배영철 디어젠 CBO(최고비즈니스책임자)는 “보통 CRO 업체에 맡기면 결과를 받기까지 8주 정도 걸렸다. 우리 약물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소를 만들면 시간대나 요일에 상관없이 약물을 합성해 빠르게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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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합성연구소를 구축해놓으면 파트너사와 공동 개발 파이프라인 계약을 맺을 때도 유리하다. 그는 “새로 구축되는 연구소에서는 공동 파이프라인과 인하우스 파이프라인 모두에 대해 약물 합성을 할 수 있다. 협력 전 파트너사와 역할을 분배한다. AI 플랫폼이 도출한 후보물질을 파트너사가 시험약을 해외에서 구매해 실험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제약사마다 내부 과제가 많아 순위가 밀리고 결과가 늦게 나오기 일쑤였다. 우리가 약물 합성까지 진행하면 회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더 많아져 계약 금액을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업계는 이러한 행보가 기술성평가 통과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스탠다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기술성평가 재도전을 계획 중이다. AI 신약 개발사의 경우 기술성평가에서 중요하게 평가되는 게 파이프라인이다. (자체 합성연구소 신설은) 파이프라인을 발전시키기 위한 역량을 기르기 위한 일환”이라며 “향후 AI가 자체적으로 약물 합성 실패 원인 등을 파악해 전임상 물질을 잘 도출하는 모델을 구축하려 한다”고 밝혔다.
한편 AI 신약 개발 시장은 커지는 추세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Global Market Insights)에 따르면, AI 신약 개발 시장은 연평균 40%씩 성장해 2024년 약 4조8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AI 신약 개발사는 신테카바이오(226330), 스탠다임, 디어젠, 온코크로스, 팜캐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