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초반부터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한국거래소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분당 평균 주문건수를 넘으면서 매매체결이 지연되다 결국 매매가 중단됐다.
이보다 한 달 앞선 6월에는 온라인증권사인 이트레이드증권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전산장애로 매도주문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때문에 투자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거래소와 이트레이드증권을 상대로 소송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이트레이드는 당시 문제를 제기한 투자자들에게 수억원을 물어줘야 했다.
이 뿐 아니라 최근 들어서도 거래소와 코스콤에서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로 보내주는 주식 시세가 지연되거나 만기일에 옵션 매매체결이 지연되는 등 눈에 띄지 않는 오류는 흔하지 발생하고 있다.
물론 개인들의 시장 참여가 그만큼 활발하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거래소나 증권사 시스템이 시장 참가자들의 수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부끄러운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 "증시 신작로…빠르고 안전하게"
현재 한국거래소와 개별 증권사들이 준비하고 있는 차세대시스템은 이런 문제점들을 한꺼번에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거래소 차세대시스템은 투자의 시대에 걸맞게 시장 유동성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도록 현재 2600건에 비해 두 배 가량 많은 4000만건의 호가를 처리할 수 있게 했다.
또 해외 주요 선진거래소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현재 시장에 따라 0.16~2초씩 걸리는 매매체결에 소요되는 시간을 시장과 관계없이 일제히 0.08초 미만으로 단축시킨다.
호가폭주 종목이 발생하면 장중이라도 동적 부하분산 메카니즘을 통해 신속하게 매매를 체결할 수 있다. 지난 2007년의 서울증권과 같은 매매거래정지 등 비상 시장조치가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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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증권사들도 거래소 시스템에 부합하는 자체적인 차세대시스템을 마련해 거래소와의 통신 전문을 일치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야만 최종적으로 일반 투자자들에게까지 빠른 정보와 업무처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거래소와 연계작업이 마무리 단계"라며 "이 작업을 마치면 온라인 업무처리 용량이 기존보다 5배 가까이 늘어나 주문이 폭주하더라도 시세나 매매체결이 지연되는 일이 없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전체 시스템을 이중화해 장애가 생겨도 시장을 중단시킬 필요가 없고 화재나 천재지변 등의 재난상황에서도 업무를 재개할 수 있게 서울-부산간 이원화된 상호 재해복구 체계를 구축해 안정성도 한층 높였다.
◇ "원하는 상품·서비스 바로바로"
이 뿐 아니라 거래소와 개별 증권사들이 준비하고 있는 차세대시스템 하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빠른 시간 내에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또 신상품이 상장되거나 제도가 변경되더라도 규칙이나 조건값 등을 변경하는 방법으로 1개월 내에 변화를 수용할 수 있게 했다. 현행 시스템으론 2~3개월이나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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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증권사들이 이미 오픈했거나 현재 거래소와 비슷한 시기에 가동을 준비하고 있는 증권사들은 대고객 서비스 다양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자산관리형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고객이 하나의 계좌에서 주식과 선물·옵션, 펀드와 랩어카운트 등 모든 증권 상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은행, 보험, 카드사 등의 모든 계좌를 한꺼번에 조회·관리하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이밖에도 증권사내 모든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상품 개발을 쉽게 하고, 최근 중요성이 강조되는 컴플라이언스나 리스크 관리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차세대시스템 가동으로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준비를 서둘러 시스템을 속히 안정화시키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