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화채권 급부상)④2002년 투신권에 무슨 일이?

  • 등록 2006-04-17 오전 10:00:08

    수정 2006-04-17 오전 10:00:08

[이데일리 최한나기자] 2002년은 구조화채권의 명암이 동시에 존재했던 한해였다.

2001년 하반기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구조화채권은 2002년 상반기 화려한 전성기를 누리다가 같은해 하반기부터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최근 다시 불고 있는 `구조화채권 붐`은 2002년 상반기 이래 꼭 4년만인 셈이다.

당시 투신권을 흔들었던 구조화채권 열풍과 뒤따른 실패는 오늘날 투자자들이 곱씹어봐야 할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02년 FRN시장 급성장..다양한 유형 `봇물`

당시 구조화채권의 인기를 이끌었던 가장 큰 요인은 금리상승에 대한 기대였다. 참가자들 사이에 금리가 바닥권이라는 인식이 확산됐고, 미국과의 금리차를 고려한 정책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이 때문에 금리인상 쪽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증가했고, 장기금리가 올라갈수록 수익률이 높아지는 구조의 상품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대표적인 것이 금리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금리변동부채권(FRN). 그 중에서도 장기금리와 함께 움직이는 장기금리연동형FRN과 장단기채권간 스프레드에 일정률을 곱해 수익을 산출하는 듀얼(Dual) FRN이 투자자들의 집중 러브콜을 받았다.

장기금리연동형FRN은 이표가 장기금리에 연동돼 있기 때문에 금리상승에 따라 가격이 급등하는 특징을 지닌다. 듀얼FRN 역시 장기금리가 오를수록 단기금리와의 차이가 벌어져 일반 채권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2000년 2조원 가량에 불과했던 구조화채권의 신규 발행액은 2001년 10조원, 2002년 12조원으로 1~2년 사이에 5~6배나 급증했다.




예보 및 공사에 한정됐던 발행주체가 일반 기업으로 확대된 것도 구조화채권의 시장규모를 넓히는데 기여했다. 2002년을 기점으로 신규 발행물량 기준 발행시장의 주도권은 예보 및 공사에서 일반 기업으로 넘어갔다. 2001년 신규 발행물량의 3분의 1정도를 차지했던 은행과 카드사, 일반 기업들의 구조화채권 물량은 2002년 전체의 80% 수준까지 늘어났다.

주체의 다양화는 상품의 다변화로 이어진다. 듀얼FRN을 비롯해 인버스 플로터(Inverse Floater), 콴토 노트(Quanto Note), 레인지 노트(Range Note) 등 이전에 비해 훨씬 복잡한 현금흐름을 지니는 유형들이 2002년 상반기 구조화채권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기관간 희비 엇갈려.."구조 제대로 이해못한 탓"

결과는 엇갈렸다. 금리는 시장의 컨센서스를 배반했다. 2002년 상반기 이미 한차례 몸을 높인 금리는 하반기 내내 그 자리에 머무르고 만다. 투자자들이 대거 FRN열풍에 올라탔던 2002년 상반기는 이미 금리가 오를대로 오른 시점이었던 것. 연말까지 금리는 계속 횡보했다.

금리상승에 베팅한 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은 정해진 순서였다. 구조화채권을 잔뜩 쓸어담았던 투신사 펀드들의 수익률이 뚝뚝 떨어졌다.




반면 금리하락 쪽에 베팅했던 보험사들은 큰 이익을 냈다. 보험사들은 인버스(Inverse)FRN 등 금리하락기에 페이오프가 큰 구조의 상품에 투자비중이 높았던 것. 인버스FRN의 가격은 고정금리에서 CD금리를 뺀 값에 연동된다.

금리예측 실패가 투신권의 손실을 발생케 한 1차적 원인이었다면, 손실을 키운 2차적 원인은 `구조화채권에 대한 이해 부족`이었다. 당시의 투신사들이 금리 자체보다도 수익률곡선의 기울기에 민감한 FRN의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데다 발행회사의 신용스프레드에 대한 관심도 부족했다는 것.

투신사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는 초기에는 단기금리가 느리고 완만하게 오르고, 장기금리는 빠르고 큰 폭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장기금리연동형FRN의 이론가격이 크게 오르지만 금리상승의 초기단계를 지나면 상황이 달라진다"며 "이때는 장기금리 상승폭이 단기금리 상승폭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장기쪽 수익률곡선의 기울기가 완만해진다"고 설명했다.

금리상승 초기단계가 지나면 장기금리연동형FRN의 가격은 오히려 하락하게 된다는 얘기다. 장기금리연동형FRN은 금리가 오르거나 내리는 것에 영향을 받기보다는 일드커브의 모양에 좌우되는 면이 더 크다는 것.

이 관계자는 "엄밀히 말하면 당시 투신권의 펀드수익률 악화는 금리변화보다는 구조에 대한 이해부족이 더 컸다"고 지적했다.

카드채 가산금리 상승에 대한 무대응도 손실을 키웠다. 또다른 관계자는 "카드사 부실사태가 터진 것은 2003년초였지만, 2002년 하반기부터 이미 카드채 스프레드는 확대되고 있었다"며 "당시 투자자들은 FRN 가격이 발행사의 크레딧 스프레드 변화에 따라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금리에만 몰두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파생상품시장 확대 `기대`.."쏠림 주의해야"

최근 또다시 불고 있는 구조화채권의 인기에 대한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파생상품시장의 확대에 대한 기대가 깔린 평가다. 다만 새로운 유형에 대한 투자에는 반드시 그를 뒷받침하는 분석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투신사 관계자는 "이전보다 훨씬 다양한 유형의 구조화채권이 등장하고, 소화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한단계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물론 그 구조를 얼마나 잘 파악하고 수익을 최대화하느냐는 각자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리가 오를때 채권의 경우 자본손실이 발생하면서 발행자가 주는 이자만큼도 벌지 못하게 되지만, FRN은 그렇지 않다"며 "금리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은 시점마다, FRN은 주기적으로 채권시장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말했다.

시장의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구조화채권 발행이 급증하면서 `리시브 급증→본드스왑 스프레드 역전→스왑펀드 손실 및 언와인딩`의 악순환이 벌어졌던 2002년을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

또다른 관계자는 "상품의 구조 자체에 대해 위험하다 아니다를 일률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기관들이 각자 뷰를 갖고 운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 상품 하나의 수익만 따질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자산-부채를 놓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기금이나 보험 등 구조화채권에 대한 수요가 큰 기관은 운용스타일이 비슷해 같은 물건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시장에 쏠림이 나타나는 것은 분명히 문제"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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