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금 밀물..통화량 조금씩 늘고있다

해외부문 공급이 주요 원인
통화승수 상승.."내수회복 일말의 가능성" 주장도
  • 등록 2004-06-08 오전 9:32:18

    수정 2004-06-08 오전 9:32:18

[edaily 강종구기자] 경기불황 탓으로 바닥까지 떨어졌던 통화량 증가율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호조와 외국인주식투자로 인해 해외부문에서 무더기로 공급이 이루어지는데다 최근들어 금융권의 신용창출 기능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총통화량(M2 평잔)기준 통화증가율은 지난 4월 현재 전년동기대비 3.11%를 기록했다. 올해 1월 2.36%까지 떨어진 후 3개월 연속 높아졌다. 총유동성(M3)를 기준으로 한 통화증가율은 3월 현재 5.34%를 기록했고 4월에는 5%대 후반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M3 증가율은 지난 1월 4%대까지 추락했다가 조금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소비와 투자부진으로 실물경기에 여전히 돈이 돌지 않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음에도 통화량증가율이 높아진 이유는 해외부문에서 자금공급이 워낙 강력했기 때문이다. M3는 지난해 12월 평균잔액이 1214조원 가량이었는데 올들어 1분기동안 약 24조원이 증가했다. 이중 절반 이상인 14조원이 해외부문에서의 공급이다. 즉 국내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경상흑자와 외국인 주식자금 유입액이 통화량 증가로 나타난 것이다. 돈이 고여있는 듯 보여도 서서히 도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통화승수는 외환위기 후 최저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일단 바닥을 딛고 올라서는 모습. M3 기준으로 지난해말 29.7이었는데 3월말 현재로는 31.8을 기록했다. 또 M2 기준으로도 지난해말 22.0까지 떨어진 후 4월말 현재 24.3까지 높아졌다. 통화승수는 통화지표인 M2나 M3를 본원통화(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공급한 돈으로 현금통화와 지급준비금의 합계)로 나눈 것을 말한다. 통화승수가 30이라면 한은이 본원통화 1억원을 공급할 때 경제 전체에는 30억원의 통화가 창출됨을 의미한다. 통화승수가 높아지면 한은이 공급한 본원통화가 금융권 대출 등을 통해 활발히 실물경제에 파급되고 반대로 낮아지면 시중자금이 금융권에만 맴돌며 단기화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즉, 최근 통화승수 상승은 알게 모르게 가계나 기업 등 민간부문으로 돈이 흘러들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나승호 과장은 "통화증가율이 높아진 것에 대해서는 해외부문의 공급증가를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다"며 "통화승수가 상승한 것도 비교적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전문가들도 통화량 증가률과 통화승수가 높아진 것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직은 체감하기 어렵고 미약하기는 하지만 내수가 살아날 단초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화증권 이종명 과장은 "통화승수가 높아지려면 가계대출이 잘되고 소비도 살아나서 돈의 유통이 많이 돼야 한다"며 "거의 바닥까지 떨어졌던 통화승수가 상승한 것은 올해들어 카드사 문제가 어느정도 마무리돼서 카드사들이 영업을 확장하는 것이나 취업자수가 전분기보다 완만하게나마 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대출규모는 예전보다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기는 했지만 한달에 적으면 2조~3조원, 많으면 3조~4조원이 꾸준히 나가 자연 증가는 이어지고 있다. 이 과장은 "지난 2002년에는 가계대출이 과도했던 것이고 지금은 정상수준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은 미미하다 보니 경기 비관론을 꺾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경기회복의 단초가 될 수 있을 지는 한 분기 정도를 더 봐야 하지만 내수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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