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수렁’ 빠진 청년층, 고금리 대부업까지 기웃

20대 2년반새 연체율 1.9%p 증가
연체금액도 50% 가까이 늘어
학자금대출ㆍ취업난 심화 반영
빚내 빚 갚다 채무불이행 상태로
  • 등록 2017-10-24 오전 8:37:56

    수정 2017-10-24 오전 10:26:41

[이데일리 전상희 기자] 20대 초반 대학생인 김모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오다 최근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렸다. 연 20% 후반대 고금리를 부담해야 했지만 학비와 생활비가 필요했던 김씨는 울며겨자 먹기로 두 차례에 걸쳐 총 600만원을 빌렸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이자폭탄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생활비도 부족한데 원금은 물론 6개월만에 50만원 가까이 불어난 이자를 갚을 길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고금리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20대 청년들이 ‘빚의 수렁’에 빠지고 있다. 청년들의 대부업체 이용이 늘어나면서 대출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정적 소득 없어 빚을 상환할 능력이 부족한 이들 청년들로선 채무불이행의 늪에 한번 빠질 경우 부채의 악순환에서 헤어나오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20대 청년 연체율 급등

금융감독원이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상위 20개 대부업체의 대출잔액 및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상위 20개 대부업체의 연체금액은 지난해 3858억원으로 전년 3090억원에 비해 24.8% 급증했다. 연체율도 2014년 3.8%에서 올해 6월 말 4.9%로 1.1%포인트 상승했다.

이 가운데 금융취약계층인 20대 청년층과 70대 이상 고령층의 연체율이 두드러진다. 특히 20대 청년층의 대출 연체율은 5.8%로 70대 이상 고령층(8.1%)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했다. 전체 대출자의 평균 연체율 4.9%를 0.9%포인트 웃도는 수치다. 청년층 연체율은 2014년 3.9%에서 2016년 5.5%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박찬대 의원은 “은행은 신용등급이 높은 1∼3등급 고객 대출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신용도가 낮은 고객들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대부업체에 대한 의존을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해마다 대부업체의 연체금액이 늘고 있는 가운데 청년과 노년층에서 연체율이 늘고 있어 금융당국에서 이들의 대출목적 및 대출실태를 종합적으로 점검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학자금부담과 취업난 반영

청년들의 대부업체 연체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현실은 이들의 학자금 부담과 취업난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용정보원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청년층의 대출목적은 학자금이나 생활비 등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적 일자리가 없고 소득수준이 낮아 신용도가 낮다보니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연 20% 후반대의 고금리 대부업체로 밀려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부채상환능력이 약한 상태에서 일단 연체가 되면 다시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20대 파산신청자도 증가 추세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20대 파산 신청자는 484명에서 743명으로 53% 늘어났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빚을 갚지 못해 부채 탕감이나 상환기간 연장을 원한 20대 개인워크아웃신청자도 지난해 911명으로 전년에 비해 13%이상 늘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상대 교수는 “좋은 일자리는 없고 청년들의 경제활동이 위축되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라며 “은행들이 신용도 낮은 젊은 층의 대출을 꺼리면서 소득이 부족한 청년들은 결국 금리가 높은 2금융권과 사금융으로 밀려나고 여기에 소득까지 부족하다보니 결국은 제대로 못갚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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