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거래소에서도 퇴출…권도형의 테라 '일장춘몽'

코인 시장 '루나·테라 폭락 사태' 후폭풍
권도형 대표 트위터 통해 "내 발명품 모두에게 고통 줘" 사과
바이낸스 이어 업비트 등 국내외 주요 거래소 퇴출 도미노
국내 17만 투자자 피해 우려…컴투스 등 테라 생태계 이탈 조짐
"미 긴축 정책과 맞물려 시장 위축"
  • 등록 2022-05-15 오후 1:09:50

    수정 2022-05-15 오후 9:15:44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한국산 암호화폐’로 유일하게 전 세계 시가총액 10위권에 들었던 루나·테라(UST)가 최근 폭락 사태 후 국내외 주요 거래소에서마저 퇴출됐다. 두 코인을 만든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최고경영자(CEO)는 처음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웹 3.0’ 시대 탈중앙화 암호화폐라는 그의 꿈은 ‘일장춘몽’으로 끝날 위기에 처했다.

권 대표는 1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지난 며칠간 UST 디페깅(1달러 아래로 가치 추락)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은 테라 커뮤니티 회원과 직원, 친구, 가족과 전화를 했다”며 “내 발명품이 여러분 모두에게 고통을 줘 비통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탈중앙화 경제에선 탈중앙화 통화가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형태의 테라는 그런 돈이 아닐 것이라는 점이 확실하다”며 테라의 실패를 자인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CEO (사진=링크드인)


약점 지적돼온 ‘테라’ 가격 안정 메커니즘 붕괴

루나·테라의 폭락 사태가 발생한 건 지난 9일부터다.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테라의 가치가 1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디페깅이 일어나면서 투자자들이 테라와 루나를 내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테라는 테더 등 대부분의 스테이블 코인이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에 가격을 고정시키는 것과 달리 UST 가격이 1달러보다 높아지거나 낮아질 경우 루나와의 차익 거래를 통해 가치를 유지시켜왔다.

테라의 이런 메커니즘은 논쟁거리였다. 업계에선 “테라나 루나의 가격 변동성이 커질 경우 차익 거래자들이 다양한 이유로 차익 거래에 참여하지 않고, 그로 인해 디페깅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시장 참여자들의 차익 거래에 의존하는 메커니즘이 약점으로 지적된 것이다. 테라의 디페깅은 지난 2020년(15%)과 작년(5%)에도 발생한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디페깅으로 루나와 테라는 ‘휴짓조각’이 됐고, 비트코인 가격까지 끌어내리는 등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다만 권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는 듯 테라 블록체인 커뮤니티인 아고라에 ‘테라 생태계 부활 계획’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기존 테라 블록체인을 포크(업그레이드를 통해 새로운 체인 구축)해 새로운 블록체인을 만들어야 한다”며 “테라는 우수한 사람들이 모여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의미있는 개발 생태계를 구축했는데, 이를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체인을 재구성해야 한다고”고 주장했다.

테라(UST) 가격 추이. 코인마켓캡 캡처


17만 국내 투자자 어쩌나…테라 생태계 이탈도

하지만 벌써 국내외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에서는 루나·테라의 퇴출이 도미노처럼 이어지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가 먼저 스타트를 끊었고, 업비트·빗썸·고팍스 등 국내 거래소들이 뒤따라 루나를 상장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코인마켓에 루나를 상장했던 업비트는 오는 20일부터 더 이상 루나의 거래를 지원하지 않으며, 빗썸과 고팍스도 각각 27일과 16일 원화 거래를 종료한다. 과도한 가격 변동성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루나 투자로 손실을 봤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루나틱(루나 코인 지지자)’이라는 신조어까지 낳은 루나의 투자자는 국내에서만 17만명 이상으로 전해지고 있다. 게임 회사 컴투스가 테라 메인넷(블록체인 네트워크) 활용을 포기하기로 하는 등 테라 생태계 이탈 조짐도 나타났다.

이번 사태로 암호화폐 시장은 당분간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정책과 맞물리는 시점이어서 적어도 몇 달 간은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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