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시계만 수백종… 전문가도 다 몰라

가짜 명품시계 왜 판치나
  • 등록 2006-08-16 오전 9:18:48

    수정 2006-08-16 오전 9:18:48

[조선일보 제공] ‘빈센트 앤 코’에 이어 ‘지오모나코’까지, 잇달아 터져나온 가짜 명품 시계 사건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두 사건은 해외 유명 브랜드를 베껴 만드는 기존의 ‘짝퉁’ 수준을 한 단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준다. 아예 새로운 브랜드를 창조하거나 정체 불명의 브랜드를 들여온 뒤 허위·과장 광고와 호화 마케팅을 통해 명품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이처럼 한국사회에 가짜 명품 시계가 판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스위스 시계만 수백종, 전문가도 다 몰라=시계는 가방이나 보석 등 어떤 품목보다도 많은 브랜드가 존재한다. 한국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스위스 현지에서는 명품의 반열에 오른 브랜드들도 있다. 그러다 보니 전문가들도 이름만 들어서는 명품인지 아닌지 식별하기 어렵다. 로만손시계 해외영업팀 김태환 부장은 “외국에서는 한 번도 못 본 ‘지오모나코’가 한국에서 고가에 팔린다는 게 좀 이상하긴 했지만 ‘내가 모르는 명품인가 보다’고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시계는 같은 기계식이라 하더라도 원가 1000원짜리부터 수억원에 팔리는 제품까지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다. 대충 만들어서 마케팅만 잘하면 얼마든지 가격을 부풀려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얘기다.



◆명품족(族)들, 명품 보는 안목은 부족=한국은 일본과 더불어 명품에 가장 집착하는 나라로 꼽히지만, 정작 명품에 대한 정보나 안목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본만 하더라도 시계만 전문으로 다루는 잡지가 8종이 넘지만, 한국은 잡지가 전무하다. 명품을 고를 때도 브랜드의 전통이나 디자인, 기술력을 따지기보다는 소문이나 광고에 휩쓸리기 일쑤다. 명품 구매대행 사이트를 운영하는 황혜진(32)씨는 “연예인 누가 차고 나왔다는 소문만 들리면 그 물건에 유독 몰리는 경향이 심하다”고 말했다.

◆백화점도 눈뜨고 당했다=인터넷 쇼핑몰에서 지오모나코 시계를 300만원에 구입했다는 안산의 한 치과의사는 “신세계 백화점에도 매장이 있다는 얘기를 믿고 산 건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황당해했다. 백화점 입점을 브랜드의 신뢰성과 직결시키는 소비자들에게, 이번 사태는 백화점의 매장 관리가 얼마나 허술하게 이뤄지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다른 백화점에서도 팔았다고 하고, 영화에도 나오고, 일부 언론에서도 좋은 상품이라고 소개하니까 검증 과정을 소홀히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오모나코를 입점시켰던 백화점들은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모두 환불조치 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오모나코의 한국 수입사인 일루쏘는 가짜 명품 의혹을 제기한 본지에 대해 14일 “정정보도 청구를 비롯한 모든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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