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기세척기·정수기..삼성·LG도 '터줏대감' 앞에 '무릎'

생활가전시장서 대기업 난공불락 요새로 굳어져
동양매직, 코웨이 등 독자기술력, 영업노하우 '힘'
  • 등록 2013-01-09 오전 9:30:00

    수정 2013-01-09 오전 9:30:00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식기 세척기와 정수기 등 생활 가전 시장이 대기업들의 난공불락 요새로 굳어지고 있다. 세계 가전시장을 주무르는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이 시장 터줏 대감인 중견기업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식기세척기 판매 시장에서 동양매직은 약 8만 4000대를 판매하며 삼성전자(6만 2000대)와 LG전자(5만 8000대) 등을 가볍게 제치고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동양매직의 식기 세척기 시장 점유율도 42%로 삼성(31%), LG(29%)에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삼성과 LG가 강한 아파트 특판 시장 등 빌트인 판매 물량도 포함한 것으로 순수 민간 시장 판매량 만 따질 경우 동양의 독주는 더 도드라 진다. 실제 민간 시장에서 동양(001520)은 4만 9000대의 식기 세척기를 판매하며 98%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정수기 시장도 대기업들이 쉽게 발을 담그지 못하는 시장이다. 2011년 기준 정수기 시장 점유율 1~3위 업체는 웅진코웨이(021240)(55%), 청호나이스(12%), 동양매직(7%) 등 모두 중견기업이다.

이처럼 생활가전 시장에서 대기업들이 맥을 못추는 이유는 그동안 중견기업들이 한국 생활가전 시장의 특색에 맞춰 개발해온 독자적 기술과 영업 노하우를 아직 대기업들이 추월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동양매직은 수입 식기 세척기 밖에 없던 1990년대 한국형 식기 세척기를 처음 출시하며 시장 주도권을 쥐었다. 밥, 찌게, 고춧가루 같은 식재료와 오목하게 파인 식기 세척에 주안점을 둔 동양매직의 제품은 주부들의 호응속에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늘려갔다.

시장이 확대되자 2000년대 들어 LG, 파세코 등 대기업과 수입사 제품이 동양의 아성에 도전했지만 동양은 현재까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LG는 지난해 민간 소비시장에서 철수한 상태다.

동양매직 관계자는 “최근 한국 소비자원이 국내외 유수 브랜드의 식기세척기 성능을 비교한 결과 동양매직 제품이 최우수 성능 제품으로 인정받은 후 판매량이 전월대비 700% 증가했다”며 “브랜드 보다는 실제 성능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반영된 것”이리고 말했다.

구입에서 렌탈로 소비 트렌드가 바뀌 정수기 시장도 사실상 중견기업들의 독 무대다. 웅진코웨이가 IMF 직후 고가의 정수기를 빌려주는 ‘렌탈 서비스’를 시장에 처음 도입한 이후 대기업이 좀처럼 진입하기 힘든 시장구조가 형성된 것. 실제 2009년 이후 LG전자가 정수기 시장에 참가했지만 아직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정수기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장기간 고객 가정을 일일이 방문하는 관리사를 보유한 중견기업들의 영업노하우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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