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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기준으로 보면 아모레퍼시픽과 LG생건 모두 선방하고 있다. 아모레의 ‘설화수’와 LG생건 ‘후’의 매출액이 코로나19에도 중국 등 주요시장에서 견조했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LG생건 후는 작년 단일 브랜드로만 2조 90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는데 랑콤(4조원)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라며 “양 사가 럭셔리 브랜드 인지도는 잘 쌓아왔는데 사실상 중국과 동남아에 국한된다. 또 설화수와 후를 이어갈 세컨 브랜드가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중국인이 40㎖의 설화수·후 크림을 30만원이라는 가격에 구매하는 것은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와 네임 밸류 때문”이라며 “해외의 친구들이 랑콤·에스티로더는 아는데 설화수·후를 모른다면 중국의 고객은 얼마든지 떠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즉 기존 럭셔리 브랜드의 매출을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선진 시장 진출은 필수라는 점이다. 이에 대응하는 아모레와 LG생건의 해외진출 방식은 사뭇 다르다. LG생건은 더에이본, 피지오겔, 알틱폭스, 더크렘샵 등을 연이어 인수하며 북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자사 브랜드인 라네즈, 마몽드 등의 아마존 등을 통한 온라인 진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세컨 브랜드 발굴·육성도 급선무다. 한때 40만원하던 아모레와 200만원을 눈앞에 뒀던 LG생건이 반토막 난것도 세컨 브랜드의 부재 때문이다. LG생건은 △CNP △숨 △오휘, 아모레퍼시픽은 △헤라 △프리메라 △라네즈 등 브랜드가 있지만 매출액이나 브랜드력 면에서 상위 브랜드에 못미친다. 박 연구원은 “아모레의 헤라가 한때 색조 럭셔리로 자리매김할 기회가 있었지만 사드(THAAD)로 놓쳤다”며 “자체 브랜드 고집보다는 성장성이 있어 보이는 브랜드라면 과감하게 인수해야 한다”고 했다.
박 연구원은 “한국 업체는 유통에 자신이 없어서 검증된 브랜드를 사려다 보니 인수할 브랜드가 팔리고 없거나 비싼 가격에 사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며 “브랜드를 지키는 경영은 글로벌 업체와 격차를 더 벌리기만 한다. 힘들더라도 공세적인 M&A와 현지시장 진출을 타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은 방탄소년단이 주도하는 K-팝부터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 K-드라마와 K-영화까지 한국의 문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시대다. 박 연구원은 이 흐름을 같이 타고 K뷰티를 선진 시장에 알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연구원은 “K뷰티에 대한 관심도가 커졌지만 글로벌 1위 뷰티 편집숍 ‘세포라’는 K뷰티 제품 공급을 제대로 못받아서 PB상품을 만들고 있다”며 “해외 진출에 최적의 상황인 지금을 놓치지 않고 아모레와 LG생건을 필두로 국내 뷰티 업계가 해외 소비자와 접점을 늘려간다면 다시 재도약의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