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지주사 전환 찬성할까"..고민되는 한미·녹십자

한미·녹십자 "검토중"..'박카스 사업부 비상장·영향력 감소' 우려
  • 등록 2013-01-22 오전 9:28:35

    수정 2013-01-22 오전 9:28:35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지주사 전환을 두고 동아제약(000640) 주식을 대량 보유한 한미약품과 녹십자가 고민에 빠졌다. ‘알짜배기’ 사업인 박카스 부문이 비상장법인으로 남는 것에 대한 시장 평가가 엇갈린 가운데 ‘잠재적 경영권 위협자’라는 시선 때문에 적극적인 의사 표명이 쉽지 않는 실정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동아제약은 오는 28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 전환 안건을 의결한다.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와 전문의약품을 담당하는 ‘동아에스티’, 박카스를 포함한 일반의약품 사업부 ‘동아제약’으로 분할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동아제약은 지주회사의 100% 자회사로 비상장법인으로 남는다.

이와 관련 동아제약 주식을 각각 8.71%와 4.0% 보유한 주요 주주인 한미약품(128940)녹십자(006280)는 임시 주총에서 행사할 의견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양사 관계자는 “현재 검토중이다”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박카스 사업부가 지주회사의 100% 지배를 받는 비상장법인이 된다는 점이 선택의 걸림돌이기 때문.

시장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소액주주 인터넷 커뮤니티인 네비스탁은 지난 14일 “비상장 자회사가 되는 동아제약의 직접적인 지배권은 동아쏘시오가 소유하게 돼 현 동아제약 주주들의 직접적인 지배로부터 벗어나게 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지배구조 사모펀드인 서울인베스트먼트는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에게 “동아제약 분할안이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의 주총 안건 분석 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는 “이번 분할 구조가 회사가 추구하는 사업적 성장을 달성하는데 더 용이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찬성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동아제약도 논란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일본계 투자자인 SBI와 박카스 사업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협약을 맺은 데 이어 주총특별결의를 거쳐야만 박카스 사업을 양도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현재 동아제약은 강신호 회장 등 최대주주가 14.65%를 보유하고 있다.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9.91%)과 한국오츠카제약(7.92%)을 포함해도 32.48%에 불과하다.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9.5%), 한미약품, 녹십자 등의 선택이 지주사 전환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조만간 기금운용위원회를 개최해 찬반 의결권 행사방향을 결정키로 했다.

한미약품과 녹십자의 입장은 더욱 복잡하다. 두 회사 모두 동아제약 지분 보유에 대해 ‘단순 투자목적’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지만 ‘잠재적 경영권 위협자’라는 의혹도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더욱이 주식 분할에 따라 동아제약에 대한 영향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어 지주사 전환이 달갑지만은 않은 변화다. 하지만 동종업계 경쟁자라는 점에서 동아제약 경영진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려 현재로서는 동아제약의 지주사 전환 여부의 향방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면서 “국민연금이 입장 정리를 하면 주요 주주들도 이에 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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