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CB 사장 뽑는데 `잡음` 나오는 까닭은

  • 등록 2011-01-23 오후 7:20:37

    수정 2011-01-23 오후 7:30:26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코리아크레딧뷰로(KCB)는 개인 신용 정보를 수집, 평가해 금융사에 제공하는 곳이다. 시중은행과 카드사 등 금융사들이 고객이자 주주다. 주주는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과 삼성카드 현대캐피탈 등 여신전문사 등으로 국내 가계대출시장을 80% 이상 차지하고 있다. 사장 선임 등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이사회 11명 구성원은 사장과 부사장을 제외하고 주주사 몫이다.

그러나 최근 신임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도 뭔가 낌새를 감지한 듯 사장 선임 절차에 관한 검사를 조만간 진행하겠다고 한다. 자산 393억원(2009년말 기준), 순이익 9억3000만원 규모의 자그마한 회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KCB는 지난 7일부터 사장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주요 주주사로부터 후보자 추천을 받았고 지난 20일 1차 평가를 거쳐 김용덕 현 사장과 홍성표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등 2명을 최종 후보로 낙점했다. 내일(24일) 오전 최종 평가에서 1명의 사장 후보자가 선정되면 다음달 21일 주주총회에서 신임 사장이 임명된다.

하지만 시작부터 덜거덕거리고 있다. 사장 공모에 참여한 사람들은 사장 후보자로 나선 김용덕 현 사장이 이사회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사장 선임 투표에 참여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표정이다.

또 1순위 득표를 많이 하더라도 1차 평가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이상한` 후보자 선출시스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사들은 1차 평가에서 1순위(4점), 2순위(2점), 3순위(1점) 후보자를 정해 점수를 매긴다.

평가 결과 1순위 최다 득표자는 홍성표 신용회복위원장과 진찬휘 신한금융지주 고문으로 4표씩 획득했다. 김용덕 사장은 3표를 받았다. 그럼에도 김 사장이 최종 후보자로 낙점 될 수 있었던 것은 최종 후보 선정 기준이 1순위 득표수 순이 아니라 점수 합계순이기 때문이다.

홍 위원장은 1순위 4표, 2순 4표, 3순위 3표 등 총점 27을 받았다. 김 사장은 1순위 3표, 2순위 7표, 3순위 1표로 동점을 기록했다. 진 고문은 4개의 1순위표를 받았으나 2순위가 별로 없어 총점 23점에 그쳤다.

금융감독당국도 최근 KCB의 사장 선임 절차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금감원은 조만간 사장 선임 절차의 적정성을 살펴보기 위해 KCB에 대한 검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장 선임에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가 선임 절차에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사장 선임 절차를 살펴보기 위해 검사를 나가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도 "금융권 관행상 사장 선임에 사장 후보자가 참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KCB가 지난 2008년 2월에 만든 `대표이사 선임 규정`을 놓고 보면 이번 사장 선임과정에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 현 사장을 포함해 이사회 구성원들이 사장 인선에 참여하도록 돼있고 1, 2, 3순위 투표와 점수 환산을 통해 최종 후보자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장 공모 과정이 지금 보다 공정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후보자 개인이 공모자 평가에 관여하는 것도 문제지만 면접 절차를 따로 진행하지 않아 이사진들이 후보자의 면면을 속속들이 평가하기 힘든 구조도 개선해야 할 점이다.

내일(24일) 오전이면 KCB의 신임 사장 후보자가 결정된다. 앞으로의 공정성 시비와 감독당국의 의구심을 잠재울 수 있는 슬기로운 결정이 내려지길 기대한다. 또 회의를 시작하면서 과연 현재의 사장 공모 시스템이 `공정한` 것인지, 더 개선해 나갈 점은 없는지에 대해 이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이야기를 나눠 봄직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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