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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수도권에 있는 한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김준영(가명·27)씨는 지난달 졸업을 미루고 한 학기 더 학교를 다니기로 했다. 지난해 하반기 취업에 실패해서다. 취업시장에서는 여전히 졸업자보다는 졸업예정자 신분이 유리하다. 하지만 김 씨가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려면 졸업유예비로 학교에 20만원을 내야 한다. 학교 측이 수강신청을 하지 않더라도 등록금의 5%를 학적유지비 명목으로 받고 있는 탓이다.
김 씨는 “채용시장에서 취업준비 기간을 짧게 보이려 졸업유예를 신청했다”며 “4년간 대학에 납부한 등록금이 3000만원에 달하는데 학적을 유지하려면 또 돈을 내야 한다니 억울하다”고 지적했다.
전국 42개 대학, 졸업 미루려면 돈 내야
청년 취업난이 장기화하면서 졸업을 미루려고 하는 대학생들도 늘고 있다. 일부 대학은 이러한 미취업 학생들을 대상으로 졸업유예비를 징수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27일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학사학위 취득유예 비용 징수 현황에 따르면 전국에서 114개 대학이 졸업유예제를 시행하고 있다. 졸업유예제도란 졸업요건을 충족한 학생이 취업을 위해 일정기간 졸업을 연기할 수 있는 제도다.
이 가운데 50만원 이상을 징수하는 대학은 경민대·명지전문대·평택대·상지대 등 5곳이며 30만~50만원을 받는 대학은 한국체육대·경상대·한국교원대·한경대·한양여대 등 18곳이다. 예컨대 상지대의 경우 학생 1인당 등록금의 17%에 달하는 50만~65만원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국제대도 1인당 49만원이 넘는 졸업유예비를 받고 있으며 전문대학인 신구대학은 등록금의 15%가 넘는 48만원을 납부토록 했다.
법 개정 되자 시설이용료 등 편법 징수
일부 대학의 졸업유예비 부과에 대한 편법 시비도 일고 있다.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학칙에 따라 학사학위취득 유예를 신청할 수 있다`면서도 `학사학위 취득을 유예한 학생에게 학점 이수 등 수강을 의무화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졸업 학점을 이수하고도 취업이 어려워 졸업을 미룬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다만 현행 대학등록금에 관한 규칙(교육부령)에서는 한 학기 3학점 이하의 수강신청자에게 대학은 등록금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수업료를 받을 수 있다. 이 범위 내에서 졸업유예비를 징수할 경우 마땅히 규제할 방법이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비교적 졸업유예비 징수액 높은 대학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다시 진행하겠다”면서도 “졸업유예자에게 학점이수 등을 강제하지 않고 등록금 규칙을 준수하는 선에서 학적유지비를 받을 경우 이를 직접적으로 규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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