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047040)은 지난 26일 임원인사를 마무리 지은 데 이어 28일에는 회사 CI를 금호그룹 로고인 날개로 바꿔단다. 이에 앞서 지난 20일에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 대표 이사를 사임하고 대우건설 대표이사직을 맡으며 직접 대우건설 끌어안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관련기사 : 박삼구 회장, 대우건설로 `무게중심` 옮긴다>
이로써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새 식구로 출발하기 위한 만반의 태세가 완료된 셈이다. 하지만 외형적인 변화가 이 같이 신속하게 마무리된 것과는 별개로 대우건설 앞날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한 켠에서는 계열사가 발주하는 공사물량을 발판으로 국내 최대 건설회사로 입지를 더욱 다져, 시장 지배력을 높일 것이란 기대가 높다.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3조원 대에 댈하는 차입을 극복하고 주주가치를 끌어 올려야 하는 점과 새로운 조직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점을 난제로 꼽고 있다.
◇ "고배당·자사주 소각 예상" vs "금호그룹, 일회성 이벤트 없다"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그룹 입장에선 재무적 투자자를 위한 주가 끌어올리기와 다양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 마련이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힌다. 이 같은 이유는 금호가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수익을 노린 재무적 투자자를 3조원 넘게 끌어들여, 이들에 대한 배려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금호가 채권단과 맺은 대우건설 주식 매매가격은 주당 2만6262원 선이다. 반면 대우건설 주가는 26일 현재 1만9950원으로 주당 가격이 6000원 이상 벌어져 있는 상태다.
컨소시엄이 인수한 대우건설주식 가격은 총 6조4255억원이며 이 가운데 금호계열사, 성신양회 등 전략적 투자자를 제외한 재무적 투자자들이 참여한 규모는 3조5000억원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부분의 재무적 투자자들은 적정 수익률을 보장받고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금호아시아나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 금융권의 고위 관계자는 "금호에서 8-9% 수익률 보전을 약속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수익률 약정이 8-9%라면 대우건설 주가는 내년 연말에 주당 2만6262원보다 8-9% 뛴 2만원8300원 이상이 돼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 주가추이에 따라 이들 재무적 투자자들의 손실은 첨예하게 엇갈릴 전망"이라며 "금호 입장에선 재무적 투자자에 대한 배려가 가장 큰 현안이며, 향후 주가가 수익률을 보장하는 2만8000원-3만 원선까지 오를 수 있느냐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재무적 투자자 배려차원에서 주주가치 제고방안과 대우건설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부양책을 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추진될 것으로 기대되는 주주가치 제고방안으로 `고배당 정책`이 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신증권은 대우건설의 주주가치 제고방안으로 주당 1000원-1300원에 달하는 고 배당 가능성을 꼽았다.
이어 "현재 배당가능이익 규모인 약 8500억원과 대우건설의 연간 순이익 규모가 5000억원 이상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주당 1000원(총액 약 3400억원, 배당성향 약 68%) 이상의 배당도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가 부양을 위한 카드로는 대우빌딩 등 대우건설 보유자산(장부가 1조원 이상)을 매각하거나 1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통해 자사주 매입 소각에 활용하는 방안이 꼽힌다.
반면 이 같은 주주가치 배려 차원의 이벤트 행사를 일축하는 목소리도 있다. 모 증권사 관계자는 "금호그룹은 신용등급 상향 조정, 국내외 사업 강화 등 실적을 통해 주가 상승에 나서겠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고배당(주당 1000원)에 대해선 300억-4000억원의 자금이 소요된다는 것에 대해 (금호측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자사주 매입 소삭이나 배당 상향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 금호"대우건설의 성과 높이 평가, 인재 소중히..." 초심 지켜질까
이번 인사에 대해 대우건설 안팎에선 "지난해 뛰어난 경영실적을 올린 점을 고려해 대규모 승진 인사가 이뤄졌고, 대우건설 조직 안정에 역점을 둔 인사"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 같은 인사 원칙이 계속 지켜질지 여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는 대부분의 임원을 특정지역 출신이 독식할 만큼 지역 색깔이 강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며 "특정지역에 편중되지 않은 임원 구성으로 유명한 대우건설의 사풍을 감안할 때 일정기간이 지난 뒤 외풍에 휩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사의 이질적인 문화를 감안할 때 조직 통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도 관심 사안이다. 대우건설은 국내 주택공급 1위, 시공능력평가 1위라는 막강한 시장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기업개선작업 과정에서 별다른 처우개선을 하지 못했다는 게 내부 임직원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 내부 임직원들은 임금이나 복리 후생 등이 저하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고 말했다.
◇ 금호그룹-대우건설 `시너지 효과` 가시화 해야
금호그룹과 대우건설이 한 식구가 됨에 따라 경영성과와 시너지 효과를 조기에 가시화해야 한다는 점도 과제로 꼽힌다.
두 회사가 합병을 하지 않더라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시공능력평가 10위권에 2개 건설사를 포진시킴으로써 관급공사나 턴키공사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대우건설 입장에서도 그동안 매년 1조-1조5000억원 이상의 그룹 공사를 지원받는 삼성물산. GS건설 등 경쟁사와 달리 대우그룹 해체 후 혜택이 전혀 없었지만 앞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공사 지원으로 더욱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반면 두 회사 모두 국내 주택건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반해 부동산 정책 변수등에 노출된 상황에서 단기에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예단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