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는 28일 새출발기금 운영방안을 발표하면서 채무조정 신청 시 ‘질적 심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신청자격을 맞추기 위해 고의 연체한 차주, 고액 자산가가 소규모 채무 감면을 위해 신청하는 경우엔 채무조정 신청을 받지 않을 계획이다. 또 채무조정 이후에도 고의적 연체 등이 발견되면 채무조정을 무효화하고 신규 신청을 금지할 방침이다.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은 크게 90일 이상 연체한 ‘부실차주’(금융채무불이행자)와 10일 이상 90일 미만 연체한 ‘부실우려 차주’로 나뉜다. 신용회복위원회가 1개월 이상 연체한 차주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프리워크아웃(90일 미만 연체자 대상·이자율 조정), 개인워크아웃(90일 이상자 대상·원금 조정)과 비교하면 새출발기금은 지원 대상이 더 넓은 셈이다. 새출발기금의 부실우려 차주 조정을 연체 30일 기준으로 세분화한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다.
관건은 10일 이상 30일 미만 연체한 차주가 정말 부실이 우려되는 차주인지, 고의로 연체한 차주인지를 걸러내는 일이다. 금융회사는 보통 한달 내 연체한 채권은 ‘정상’, 1~3개월 연체시 ‘요주의’, 3개월 이상 연체시엔 ‘고정’ 이하로 분류한다. 즉 정상 채권에 대한 연체 고의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금융위가 새출발기금 운영방안을 발표하며 ‘질적 심사’를 실시하겠다고 강조한 이유다.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감면하는 금리를 보다 세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는 10~29일 연체자에겐 연 9% 초과 금리에 대해서만 9% 금리로 조정하고, 이보다 낮은 금리에 대해선 약정금리를 유지할 계획이다. 또 30~89일 연체한 차주에겐 이보다 낮은 단일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때 상환기간을 차등화해 상환기간이 짧을수록 낮은 금리를 책정할 방침이다. 예를들면 상환기간이 3년 이하 시 연 3%대 후반, 3~5년 시 4% 중반, 5년 이상 시 4% 후반으로 정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2금융권 한 관계자는 “연체일에 따라 금리를 단계적으로 낮추면 도덕적 해이 예방 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환기간이 동일한 차주를 대상으로도 61~90일 연체 차주보다 30~60일 연체 차주에게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금리를 책정하고, 30일 이하 때 매기는 금리와의 차이를 줄이면 빚을 일부러 연체하는 차주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2금융권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한달 내 연체한 채권을 ‘정상’으로 분류하는 것은 차주의 현금흐름 등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갚을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31일만 연체해도 금리를 확 깎아주면, 아무리 열심히 갚으려는 차주여도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채무조정 신청 기회는 단 한번...부실차주엔 ‘신용 패널티’
원금 감면은 부채에서 재산을 뺀 순부채가 대상이다. 빚이 1억5000만원이고 재산이 1억원이면 5000만원에 대해 감면율을 적용한다. 빚보다 재산이 많으면 원금을 깎아주지 않는다. 또 담보 대출은 90일 이상 장기 연체하더라도 원금 감면을 해주지 않는다.
부실차주에겐 신용패널티가 부여된다. 2년간 채무조정 프로그램 이용정보를 신용정보원에 등록해 모든 금융회사와 신용정보회사에 공유된다. 이 기간엔 신규 대출, 카드 이용·발급 등 새로운 신용거래를 사실상 할 수 없게 된다. 부실우려 차주의 채무조정 이용 정보는 신정원에 등록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단기연체 이력 등에 따른 신용하락으로 새로운 신용거래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한편 금융위는 채무조정 채권을 금융회사가 정부에 ‘헐값’으로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시장 우려에 대해 “매각은 중립적인 회계법인이 산정한 시장가격에 따라 이뤄진다”며 헐값 매각 논란을 일축했다. 특히 담보채권은 담보가액 범위 내에선 원금 이상 가격으로 매각하도록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