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이하 돌싱들의 이혼사유는?

男`처가간섭`-女는 `배우자 부정`
  • 등록 2011-11-21 오전 9:36:12

    수정 2011-11-21 오전 9:36:12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29세의 여교사 K씨. 중매인을 통해 만난 치과의사 H씨와 축하 속에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결혼의 환상이 깨어지는 데는 불과 며칠밖에 걸리지 않았다. H씨가 결혼 전부터 교제해 오던 옛 연인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않은 채 부정행위를 계속 유지했기 때문. K씨는 남편의 태도에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서자 결혼 3개월째인 6월에 갈라서기로 하고 이혼절차를 밟았다. 결국 혼인신고도 하지 않은 채 사실혼 상태로 헤어졌다. 외국계기업에 근무하는 32세 J씨(여성). 2009년 4월 금융 전문가인 34세 M씨와 화촉을 밝혔다. 그러나 2년도 채 되지 않은 2011년 2월 합의 이혼을 했다. 이유는 남편인 M씨가 짧은 결혼생활 동안 직장을 두 번이나 옮길 뿐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휴가를 쓰며 수입이 일정치 않자 J씨에게 수시로 생활비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연봉이 5000만원에 가까운 J씨로서는 성실성과 책임감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M씨와 계속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하루빨리 청산하고 새로운 길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최근 한 재혼전문 결혼정보업체에서 재혼 상담을 하며 `돌싱`(돌아온 싱글의 줄임말) 여성들이 밝힌 이혼사연이다. 결혼 초기에 이혼을 제기하는 것은 여성에 국한되지 않는다.   금융권에 근무하는 33세 C씨(남성)는 2010년 6월에 결혼식을 올린 후 9개월 만에 갈라섰다. 광고기획사에 다니는 32세 S씨는 시가에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처가, 특히 장모가 이들 부부의 생활에 사사건건 개입해 C씨로서는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었다. 이들 부부간에는 크고 작은 논쟁거리가 줄을 이었고 그때마다 처가 가족들이 매번 끼어들어 사태를 더 꼬이게 하였다. 결정적인 계기는 명절 때 차례준비에 소극적인 S씨에게 시어머니가 주의를 주자 사돈이 끼어들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32세의 안과의사인 P씨는 2008년 10월 30세의 약사 N씨와 모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혼인관계를 맺었다.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 P씨는 배우자에게서 이상한 면을 발견했다. N씨는 퇴근 후 저녁마다 혼자서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는 술병을 거실에 마구 던지는 등 정신착란적 불안 증세를 보인 것. 내막을 캐보니 이미 오래전부터 우울증을 앓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P씨는 결혼 5개월째인 2009년 3월 이혼을 제기했다. 여성의 반대로 9개월간 시간을 끌다가 결국 그해 말 법적으로 결별했다.

35세 이하의 재혼 고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와 재혼전문 사이트 온리유가 공동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9년에는 전체 재혼 신청자 2382명 중 35세 이하가 7.9%(남 7.7%, 여 8.1%)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이달 중순 기준으로 2564명 중 11.1%(남 10.7%, 여 11.4%)에 달했다.  2년 사이 3.2%P(남성 3.0%P, 여성 3.3%P)가 늘어났다.

온리유 이경 명품매칭본부장은 "현재 평균 결혼 연령이 남성 32세, 여성 29세인 점을 고려하면 결혼생활을 별로 하지도 않은 채 이혼을 결정하고 또 이혼 후 바로 재혼 준비에 들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문제가 발생하면 참거나 해결하기보다는 회피하려는 2030세대의 의식과 부모들의 과잉보호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결혼 초기에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경우에는 장기간의 결혼생활 후 이혼을 하는 경우와 그 이유도 사뭇 다르다.

접수된 35세 이하 재혼 상담 신청자 284명(남성 123명, 여성 161명)의 이혼 배경을 분류해 보면 남성은 `처가의 간섭`(26.0%), 여성은 `배우자의 부정행위`(28.0%)가 각각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남성이 주요 이혼 사유로 꼽은 처가의 간섭에는 가정경제나 가사, 자녀계획은 물론 가족의 대소사, 시가 관계 등 제반 사항에 대해 장모 등 배우자 가족이 개입하는 것을 내포한다.

여성이 결혼 파탄의 치명적 요인으로 꼽은 배우자의 부정행위에는 결혼 전부터 교제해 오던 이성과의 불륜관계 유지, 직장 동료와의 부적절한 관계, 그 외 잦은 외박과 늦은 귀가 등이 주로 꼽혔다.

다음으로 남성의 경우 `성격, 습성상 차이`(21.1%)와 `배우자의 부정행위`(15.4%)가 그 뒤를 이었다. `경제적 요인`도 13.8%를 차지했다.

결혼 전에 배우자가 약속한 혼수나 지참금 등의 불이행이나 기대 이하의 직장, 연봉 및 결혼 전의 빚 등이다. 그 외 정신적 장애나 출산 불가 등 `건강 문제`(11.4%)와 과소비나 폭언, 인터넷 중독증 등 `불건전한 생활 태도`(7.3%) 등도 남성들의 이혼 이유로 꼽혔다.   여성은 `배우자의 부정행위`(28.0%)에 이어 `경제적 요인`(24.8%)이 바짝 뒤를 쫓았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사기 결혼이나 집 등 남편의 신혼준비 미흡, 사회생활 상 책임감과 성실성의 결여 등이 광범위하게 포함된다.

`시가의 간섭`(16.8%)과 `가치관, 습성 상 차이`(13.2%) 등 전통적인 요인들도 여전히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그 외에도 폭행이나 사행성 게임, 도박 등에 몰입하는 `불건전한 생활태도`(7.5%), 성 기능 장애나 고질병 등 `건강상 문제`(6.8%) 등도 이혼에 영향을 미쳤다.

비에나래의 손동규 명품커플위원장은 "결혼 초기에는 이해관계가 비교적 단순하고 최근의 이혼 보편화 현상 등과 편승해 쉽게 이혼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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