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 | 이 기사는 02월 17일 08시 31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국내 굴지의 저축은행을 수렁으로 몰아넣은 것은 이번에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다. 더딘 부동산 시장 회복과 잇따르는 건설사 부도는 저축은행들을 나락으로 이끌고 있다. 이제는 재벌그룹내 중견 건설사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처지라 PF발 저축은행 수난시대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 수렁에 빠진 내 돈! 17일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2010년 반기(2010년7월~12월) 순손실 규모가 2222억원에 달한다. 영업손실은 확대되고 자산부실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이 늘면서 건전성도 급격히 떨어졌다. 지난해 6월 KTB펀드 등을 통해 1500억원의 자본금을 수혈받고도 작년말 현재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5.13%로 떨어졌다. 6개월만에 3.18%포인트 낮아진 것.
거듭된 영업손실로 자본은 잠식상태다. 총부채가 자산총계를 웃돌아 순자산 가액은 마이너스 216억원에 달한다. 무수익여신(NPL) 잔액은 2010년 6월말 4648억원에서 574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전체 대출자산에서 차지하는 무수익여신의 비율도 14.22%에서 17.49%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적립한 대손충당금 규모도 3125억원에서 4224억원으로 늘었다.
부산저축은행 계열 가운데 가장 상황이 좋지 못했던 대전상호저축은행 역시 작년 6월 현재 순자산가액이 마이너스 396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16.5%에 달한다. 특히 BIS 비율은 금감원의 지도 감독 기준인 5%를 한참 밑도는 마이너스 3.05%다.
부산저축은행이 3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관계사 중앙부산저축은행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2010년 6월기준 80억원의 연간순손실을 기록했고, BIS 비율은 3.84%에 머물러 금감원 지도기준인 5%를 밑돌았다. 지난해 금감원의 적기시정조치에도 불구하고 재무사정은 별로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원흉은 PF대출
국내 1위 저축은행을 침몰시킨 원흉은 PF대출 부실이다. 작년말 현재 부산저축은행의 PF대출 잔액은 2조3568억4200만원으로 총대출금(3조2813억7800만원)의 72%를 차지했다. 문제는 이렇게 집행된 PF대출 가운데 1개월 넘게 연체를 기록중인 대출이 전체 PF대출의 35.14%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6월말 대규모 PF 상각이후 해당 수치가 1.74%에 그쳤던 점과 비교하면 얼마나 빠른 속도로 기존 PF대출자산이 부실화했는지 잘 보여준다.
고정이하로 분류된 PF대출은 1691억원으로 6월말 762억원 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금융권 일각에선 부산저축은행이 자체적으로 요주의여신으로 분류한 1조3712억원의 PF 대출금 중에서도 향후 더 부실해질 여신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약한고리의 연쇄파열음 크레딧 시장 전문가는 현재 상황을 "약한 고리들의 연쇄 파열음"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2008년말~2009년 중소 건설사들의 1,2차 정리가 마무리된 이후 숨돌릴 틈도 없이 지난해 하반기부터서는 인공호흡기로 생명을 연장하던 워크아웃 기업과 모기업의 후광을 등에 업고 버티던 재벌계열 건설사들이 하나둘 쓰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약한 순서대로 차례로 넘어지다 보니 저축은행권의 PF부실은 잡힐만 하면 터지기를 반복하는 양상이다. 가뜩이나 금융권역내 약한 고리에 속하는 저축은행권인데다, 그간 대출 관계를 맺어왔던 거래처의 신용도 역시 낮아 유난히 부침이 두드러지고 있다.
저축은행권 한 관계자는 "최근 진흥기업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효성이라는 국내 주요 재벌그룹 마저 도마뱀 꼬리자르듯 건설사를 내던지고 있어 저축은행권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항변했다. 실제 금융권 부채가 1조원이 넘는 진흥기업의 경우 채무의 60%가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 여신이다. 이 관계자는 "진흥기업에만 A저축은행이 1000억원, B저축은행이 500억원 가까이 물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면서 "저축은행 한해 순익을 웃도는 대출이 일시에 부실화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