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앤데믹 특수’ 누리는 싱가포르 여행업계

코로나 검사 등 입국 요건 선제적으로 완화
외래 관광객 급증, 여행시장 빠르게 회복 중
해외기업 소속 포상관광단체 방문도 이어져
  • 등록 2022-09-11 오후 1:47:37

    수정 2022-09-11 오후 11:29:30

[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일부 특급호텔은 객실료가 두 배 가까이 올랐는데도 예약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최근 만난 싱가포르 여행업계 관계자는 현지 분위기를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해줬습니다. 싱가포르 여행업계가 외래 관광객의 증가로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텅텅 비어있던 관광지와 쇼핑몰 등이 관광객으로 붐비면서 단축근무, 임시 휴직에 들어갔던 관광업 종사자 대부분이 일선으로 복귀한 상태라고도 했습니다.

싱가포르 관광시장이 코로나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나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관광·여행업계가 코로나 앤데믹(풍토병화)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아직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외래 관광객 숫자가 매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 관광청에 따르면 작년 한 해 33만 명이던 외래 관광객은 올 상반기에만 150만여 명으로 4.5배 넘게 급증했습니다. 여름휴가객이 몰린 7월엔 작년 한해보다 두 배 넘게 많은 73만 명이 싱가포르를 찾았습니다.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멀라이언 파크’ (사진=싱가포르 관광청)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일반 여행객 외에 기업 포상관광단의 발길이 싱가포르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직 코로나 유입을 우려해 외국인 단체 여행객 수용은 시기 상조라는 인식이 높은 국내 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포상관광단의 국적도 미국, 유럽,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 등 다양합니다. 드러내기를 조심스러워해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한국 기업 상당수도 싱가포르로 포상관광단을 파견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의 한 분야인 포상관광(Incentive Tour)은 기업이나 단체에서 실적이 우수한 임직원을 시상하고 격려하기 위해 운영하는 해외 연수 및 여행 프로그램입니다. 국내에선 2016년 중국 아오란과 준마이 그룹이 5000~6000명 대규모 단체를 이끌고 한국을 찾아 삼계탕, 치맥(치킨+맥주) 파티를 열기도 했습니다. 싱가포르 관광청 관계자는 “포상관광단이 10~50명 단위로 나눠 들어와 방역 관리에도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며 “다음 달엔 코로나 이후 가장 큰 규모의 포상관광단이 여는 대형 기업행사도 예정돼 있다”고 귀띔해 줬습니다.

싱가포르 관광·마이스 시장이 이처럼 빠르게 회복세에 접어든 건 앤데믹 전환에 맞춰 선제적으로 관광·마이스 시장의 수용태세를 정비한 덕분입니다. 지난해 11월부터 백신 예방접종 완료자에 한해 입국을 허용하기 시작한 싱가포르는 올 4월 백신여행제도(VTF)를 도입하면서 입국 문턱을 확 낮췄습니다. 입국 전과 후에 받도록 한 코로나 검사를 폐지하고 입국허가서 발급도 중단했습니다.

마리나 베이 샌즈 싱가포르 (사진=일성여행사)
지난 8월 말부터는 입국 허용 대상이 백신 미접종자로 확대돼 음성 검사결과만 있으면 아무런 제재나 별도의 검사 없이 자유롭게 입국해 어디든 방문할 수 있습니다. 병원 등 특정 지정된 장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 의무착용 규정도 해제됐습니다.

국내 여행업계는 앤데믹 특수를 누리고 있는 싱가포르를 부러움 반, 씁쓸함 반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달 3일부터 입국 전 코로나 검사 요건이 완화돼 입국 문턱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아직 입국 후 24시간 이내 음성 확인 절차가 마지막 허들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입국 전 코로나 검사가 완화로 해외여행 수요가 늘면서 아웃바운드 여행사와 항공사 등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여행) 여행업계의 코로나 한파는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업계에서 앤데믹 특수를 싱가포르에 이어 일본에게마저 뺏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일본 정부가 지난 7일부터 백신 3차 접종자에 한해 음성확인서 제출을 면제하고 가이드, 안내원 없는 패키지 여행을 허용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코로나 충격의 한가운데 놓인 관광·마이스 업계의 회생을 위해 입국 문턱을 낮춰 앤데믹 특수를 누리고 있는 싱가포르의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입국 요건을 완화한 일본의 상황도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무작정 국경을 여는 결정도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빗장을 걸어 막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백신여행제도 등 일련의 방역 조치와 정책을 관광·마이스시장 회복이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고민했다”는 싱가포르 관광청 관계자의 말을 깊이 되새겨 볼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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