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조용만기자] 카드부실에 대한 감사원의 정책감사가 공식화됐다. 이달초부터 자료수집과 검토작업에 들어간 감사원은 내달 10일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직원을 파견, 예비감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감사방향은 3가지로 요약된다.
카드 유동성 문제 등 금융위기에 현재의 금융감독시스템이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지가 우선적인 점검대상이다. 여신전문업법에 의한 카드규제가 적절했는지, 지난해 5월 이후 내놓은 카드 규제장치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감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와 감독당국이 카드부실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재경부 장관 출신의 정통 경제관료인 전윤철 감사원장이 `읍참마속`보다는 시스템 개편이라는 큰 그림으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시스템 문제 = 3번째 개편논의?`
감사원이 밝힌 감사방향중 첫번째인 금융위기와 관련한 금융감독시스템의 대응문제는 재경부-금감위-금감원의 조직 및 기능과 연관돼 있다. 법률 제.개정권(재경부)과 감독 및 인허가권(금감위), 위임감독 및 검사(금감원) 등으로 나눠진 현재의 체제가 금융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인지를 따져보겠다는 것.
효율적 감독시스템에 대한 고민은 IMF 직전인 97년 이후부터 포괄적으로 이번이 3번째다. 97년 금융개혁법안은 은행·증권·보험감독원과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구를 합친 통합 금융감독원을 출범시켰다. IMF가 코앞에 닥쳐온 가운데 분리와 통합여부, 소속 등을 놓고 치열한 다툼끝에 탄생한 초대형 감독조직은 금융·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칼춤을 추며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
두번째 개편논의는 통합 금감원 출범후 최대 위기였던 동방금고 및 벤처비리가 출발점. 정부는 2000년말 기획예산처 주도로 개편작업을 진행했고 이를 총괄한 이가 바로 예산처 장관이었던 전윤철 현 감사원장이다. 전 장관과 기획예산처는 금감위와 금감원을 통합, 공무원 조직화하는 방안을 선호했다.
금감원은 당시 이같은 방안은 감독, 인허가, 시장조사 등 대부분의 금감원 기능을 공무원조직으로 가져가겠다는 발상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노조는 물론 국장 등 간부들까지 총력저항에 나섰고 결국 감독기구개편은 증선위 기능강화 등 미미한 수준에서 봉합됐다. 논의 과정에서 당시 부총리 부처로 권한이 강화된 재경부에 기업구조조정 업무가 이관됐다. 2001년초 감독기구개편 논의는 조직확대를 위한 부처 이기주의와 밥그릇 논쟁을 불러 일으키며 관료와 민간 감독직원간 불신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
카드부실에 대한 정책감사는 세번째 개편논의의 진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감사원은 카드부실과 4.3대책, LG카드 부도위기와 매각 등으로 이어진 일련의 위기관리 과정에서 금융감독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이러한 문제의 근본원인이 `시스템` 부재에 있지는 않느냐는 `혐의`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년전과 비교하면 `금고비리 및 연루의혹`이 `카드부실과 감독부재`로 바뀌었고 개편을 주도하는 전윤철 장관의 직책이 감사원장으로 달라졌지만 문제의 핵심이 시스템에 있고 이를 바꿔야 한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는 듯하다.
LG카드 매각이 빨라야 내년 1월말로 예상되고 외환카드 합병과 우리카드 증자, 금감원의 카드종합대책 등 각종 현안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내년 1월10일 감사착수가 과연 시기적으로 적절한 판단이냐는 것도 논란거리다.
이같은 상황을 모를 리 없는 전윤철 원장이 취임후 첫 타깃으로 `카드`와 `금융감독시스템`을 택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와 뜻하는 바가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번 감사의 결과가 관련자 문책외에 감독기구개편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분석은 이같은 점에 근거하고 있다.
◇돈장사 `법대로`..`법·규제`가 감사대상
이번 감사의 주요사안중 하나인 여전법상의 카드규제는 금감위나 금감원보다는 재경부를 겨냥하고 있다. 97년 정부는 신용카드업법과 할부금융업법을 통합, 여신전문금융업법을 만들었고 이후 카드사는 커다란 변화의 계기를 맞게 된다.
우선 여신(대출)전문금융업으로 인해 카드사가 직접 대출업무를 취급할 수 있게 됐다. 금융기관이 정상적으로 대출을 취급하려면 수신(예금)기능이 있어야 하지만 카드사는 수신기능을 시장 직접조달이나 차입에 의존했다. 카드사들이 시장이나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돈 장사`를 하게 된 것이다.
대출업무를 허용하면서 여전법은 회사채(카드채) 발행에 대해서는 자기자본의 10배 등으로 그나마 제약을 가했지만 은행차입과 CP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제도 하지 않았다. 카드사들은 은행을 통해 자금을 차입했고, 이로써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간접적으로 수신기능을 갖게 됐다. 카드부실이 은행부실로 전가될 수 있는 계기도 여기서부터 비롯됐다.
LG카드 사태에서 은행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2조원을 지급하게 된 것도 수조원을 빌려준 최대 채권금융기관으로 카드 부도시 동반충격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4.3대책을 불러온 올해초 카드사태에서 투신권에 불똥이 튄 것은 카드사들이 마구 발행한 회사채(카드채)와 만기·금리 조작이 가능한 옵션CP 때문이었다.
여전법이 통합 금융감독기구 출범 이전인 97년에 만들어졌지만 감독당국이 카드부실에 대한 감독소홀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감독당국이 카드사에 대해 은행, 보험에 버금갈 정도의 엄격한 감독을 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수신기능이 없기 때문이라는 데 있다.
수많은 예금자를 가진 은행과 달리 카드사의 경우 파산하더라도 보호할 예금자가 없고 해당 회사만 문을 닫으면 된다는 논리였다. 카드사들이 은행예금을 빌려 대출수요에 충당하면서 최악의 경우 은행의 예금보호가 문제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여신전문금융회사라는 핑계로 감독을 소홀히 함으로써 사태예방에 실패했다. 다른 금융회사와 달리 카드사들이 옵션CP를 마음대로 발행할 수 있었던 것도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제장치가 없었던 탓이다.
지난해 5월이후의 카드사용 규제장치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겠다는 감사원 방침도 금융감독당국으로서는 곤혹스런 부분이다. 카드사의 경영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1년전에 만든 규제를 대부분 풀어버렸기 때문.
지난해 5월 발표한 현금대출업무 비중 50% 축소는 올해 3월 카드채 문제가 불거지면서 준수시한이 1년간 연장됐고 지난 9월에는 2007년까지 또 한차례 연장됐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연체율 10%기준 적기시정조치도 1년이 채 못된 지난 10월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금융감독당국은 규제강화 당시와 달라진 경영여건과 경기침체 지속 등으로 나름대로 이유를 대고 있지만 감사원이 카드부실과 관련, 규제완화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4.3대책 이후 카드사 경영여건에 대해 낙관적 전망으로 일관, 수개월만에 LG카드의 유동성 위기상황을 맞게 된 것은 감독소홀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결론적으로 감사원이 진행할 정책감사의 초점은 금융감독당국과 재경부를 모두 겨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법과 규정 자체의 문제뿐 아니라 이같은 상황을 초래하게 만든 시스템상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그 대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피감대상으로서 감독시스템 및 기구개편에 대한 논의가 전개될 경우 감독당국 공무원과 민간 임직원들이 각각 어떤 논리로 대응책을 강구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