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인증시험’…’연기·노래·춤’에 공인점수를 매긴다?

  • 등록 2013-06-07 오전 9:42:24

    수정 2013-06-07 오전 9:42:24

[이데일리 박보희 기자] ‘연예인 인증 시험’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전문가들에 의한 평가가 이뤄져 신인 발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연예인 지망생들을 돈벌이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능평가 인증시험(TOT), 일명 토트는 노래와 연기, 세 분야로 나눠 응시자들의 재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분야별 관련 학과 교수와 연예인, 기획사 대표 등 3명의 심사위원이 10여분간 응시자를 평가한다. 예를 들면 기본기·기술성·표현력·태도·매력 등 주요 항목을 기준으로 보컬은 음정과 리듬감 등, 연기는 발성과 호흡, 댄스는 유연성 등으로 나뉜 세부 항목별로 점수를 매기는 식이다.

오는 29일 1회 시행을 앞두고, 지난 5일 양천구 목동의 예술인센터에서 모의 테스트가 진행됐다. 이날 모의 테스트에 참가한 권정민(22·대학생) 씨는 “기획사 등의 오디션을 보려면 대기 시간도 길고, 왜 떨어졌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이건 시험을 보고 부족한 점이 뭔지 알려주니 좋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시험을 주관하는 오디션월드네트워크의 박은정 이사는 “교수와 기획사 관계자, 연예인 등이 참여해 20여개가 넘는 세부항목을 마련해놨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업계의 평가는 양쪽으로 갈린다. 시험 주관사와 제휴를 맺은 Y엔터테인먼트사 대표는 “연기 분야는 신인을 뽑을 때 검증할 수 있는 것이 외모밖에 없어 평가가 어렵다. 전문가들이 검증을 해주면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제휴를 맺었다”고 설명했다.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15만원에 이르는 응시료와 연기와 춤, 노래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힘들다는 점을 지적한다.

매니지먼트 업계 관계자는 “결국 돈벌이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라며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특징이 결국 감이다. 유명한 기획사의 오디션에는 떨어졌지만, 다른 곳에서 캐스팅해 성공한 사례들도 많다. 한 곳에서 자체적인 기준으로 평가해 점수를 매긴다고 하지만 얼마만큼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정흠문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박사 또한 “연기와 춤, 노래 등은 수치화·계량화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아무리 객관적인 지표를 마련한다 하더라도 심사위원 선정부터 주관성이 개입되기 때문에 객관화하기는 힘들다. 또 연예인은 결국 상업성과 연결돼야 하는데 이런 평가가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현직에서 활동 중인 한 뮤지컬 배우는 “아마 어린 지망생들은 답답한 마음에 시험을 많이 볼 것 같다”면서도 “과거 방송국에서 공채로 연기자들을 뽑았지만 지금은 없어졌다. 이들도 시험을 보고 인정받아 방송국에 들어갔지만 결국 살아남지 못한 것을 보면 시험을 보고 평가를 받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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