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늘어 가는 유기동물로 보호소는 그야말로 하루하루 전쟁터다. 수용할 수 있는 보호소는 한정적인데 유기동물 개체 수는 늘다 보니 적정기준을 초과한 보호소가 대부분이다. 사태가 심각하지만 이를 해결해줄 유기동물의 입양은 '게걸음'을 치고 있다.
최근 ‘유기동물 입양’에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설립한 지 8개월 만에 13마리의 유기동물을 입양시키며 유기동물에 대한 편견을 과감히 깬 한종혁(31)·김정민(32) '노아도그' 공동대표를 스냅타임이 만났다.
"유기견 입양시스템에 충격받아 시작했죠"
처음부터 노아도그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한 대표와 김 대표는 노아도그 설립 전에 그냥 주위에서 볼 수있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한 대표는 스타트업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지난해 퇴사했다. 직장을 다니며 모아온 자금으로 자동차 관련 사업을 준비했지만 예상과 계속 어긋났다.
스타트업 설립을 준비하던 중 한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유기견을 입양하려고 알아보던 중 입양 시스템에 큰 충격을 받았다.
유기견을 입양하려고 접속한 온라인 사이트가 구식일 뿐 아니라 게시된 글이라곤 철조망에 갇힌 사진과 ‘입양해주세요’라는 몇 마디의 정보가 전부였다.
한 대표는 “주위에 유기동물을 입양한다고 했을 때 '왜 유기견을 굳이'라는 시선이 대부분이었다”며 “잘못된 입양시스템을 개선하고 사람들의 선입견을 과감히 깨부수고 싶어 노아도그를 설립하기로 맘을 굳혔다”고 말했다.
대학생 안내원 모아 10~20대 공략
노아도그는 지난해 12월에 출범한 스타트업 회사다. ‘No anymore abandoned dog’를 줄인말로 '유기동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회사의 슬로건은 ‘유기동물의 기다림을 이어주는 곳’이다. 대학생 ‘시세로니(Cicerone·안내원)’를 모집해 직접 기획하고 영상을 만들어 방송 송출까지 한다.
현재 주축인 시세로니 3기를 뽑아 본격적인 콘텐츠 활동을 시작했다. 삼성카드 ‘아지냥이’의 앱 서비스까지 맡아 유기동물 입양 사업도 점차 확장하고 있다.
대학생을 모아 ‘시세로니’를 만든 이유로 한 대표는 “영상 콘텐츠의 소비 주체가 10~20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요즘 시대의 키워드는 ‘공감’이다. 소비 주체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직접 발로 뛰고 현장감 있게 만들어야 공감할 수 있다는 게 한·김 대표의 생각이다.
"창업 성공 위해선 아이디어·인맥 가장 중요"
노아도그 설립 후 여러 유기동물 단체에 연락했지만 반응은 냉랭했다. 생소하다 보니 이상한 단체일 거라는 의심을 사기 일쑤였다.
간신히 ‘리즈’라는 강아지를 섭외했지만 심장 사상충 때문에 몸이 좋지 못해 촬영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창업이 대안이 되지 말아야 할 것”이라 당부했다. 좋은 직장을 다녀보기도 했지만 창업은 레벨이 다르다는 것이다. 고민의 깊이나 공부해야 할 점이 많을 뿐 아니라 매일 새 콘텐츠를 짜내야 하는 과정을 겪는다.
그는 “아이디어에 확신이 있고 그 길을 천천히 쌓아온 사람들만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 말했다.
한 대표는 '인맥'을 강조했다. 네트워크가 좋지 않으면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소용없어서다. 혼자 하기보단 함께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이 창업의 중요한 요소를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생 중 창업을 쉽게 생각하고 시작하는 친구들이 많아 신중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기견 촬영·음악 제작 등 마케팅 확대
노아도그는 앞으로 나올 영상의 질을 높일 거라 자부했다. 한·김 공동대표는 새로 추진하는 콘텐츠를 많은 사람에게 선보이기 위해 마케팅에 좀 더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본격적으로 팔로우와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유기견 화보 촬영 및 음악'을 제작하기로 했다. 이를 더 알리기 위해 연예인을 섭외해 벤치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
올 하반기엔 서울 신촌에서 열리는 스타트업 거리축제 'IF-2018'에서 SNS 홍보 이벤트를 할 예정이다.
두 공동대표는 "소셜 굿즈(상품)를 제작·판매해 수익금을 임시보호자에게 사용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