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불씨 여전한 배달앱 시장…‘소비자’는 어디에

배달앱·자영업자 상생안 나왔지만 갈등 지속
일부 프랜차이즈 ‘이중가격제’ 도입 확산할 듯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 사전 명시 없는경우도
“인위적 가격 조정→소비자 부담 전가” 우려
  • 등록 2024-11-28 오전 7:05:39

    수정 2024-11-28 오전 7:05:39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다사다난(多事多難)’. 올해 배달 플랫폼(앱) 시장을 한 마디로 대변하는 사자성어다. 해답을 찾기 어려운 자영업자들과의 상생 문제에 발목이 잡히면서다.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자영업자들의 반발에 정부까지 나서 100여일이 넘게 협의체를 꾸렸지만 속 시원히 해결된 모습은 아니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단체 관계자들이 상생협의체 결정을 규탄하고 합의안 폐기와 재협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상생협의체 결과 업계 1, 2위인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는 수수료를 현행 9.8%에서 거래액 기준 2.0~7.8%로 낮추는 차등수수료를 도입했다. 거래액 상위 35%까지는 7.8%, 중위 35~80%는 6.8%, 하위 80~100%는 2.0%를 적용하는 식이다. 자영업자들을 대표하는 입점단체 4곳 중 2곳은 이를 받아들였고 나머지 절반은 수용하지 못했다. ‘반쪽’ 합의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무려 넉 달이란 시간 동안 상생협의체를 가동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한 셈이다. 배달앱 업계와 해당 입점단체들은 상생협의체 종료 이후에도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상생안에 반대한 한국외식산업협회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장외 투쟁을 선포하며 정부와 국회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일괄적으로 수수료율 5.0%를 요구하고 있다. 해당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배달시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더 높게 받는 이중가격제 도입을 확산하겠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배달앱 수수료가 과도하다고 주장하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도 내년 초부터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심으로 이중가격제 도입을 확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중가격제는 소비자 입장에선 사실상 가격 인상이나 다름없는 조치다. 배달앱과 자영업자간 갈등에서 비롯된 피해를 애꿎은 소비자들이 지게 되는 셈이다.

가뜩이나 식품 물가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이중가격제 도입 확산은 소비자들에게 치명적이다. 이를 막을 방도도 없다. 이중가격제에 대한 명확한 규제 근거가 없고 공정거래법상에도 거래 상대에 따라 가격을 달리 책정하는 ‘가격 차별’ 정도만 불공정 행위로 보고 있어서다. 가격 책정 자체는 사업자 자율의 권한이다.

이중가격제의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들이 잘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배달앱을 통해 주문시 ‘매장 가격과 배달앱 가격이 다르다’는 사전 고지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한국소비자원이 그간 이중가격제를 정확히 명시하라고 외식 관련 단체들과 배달앱에 권고했지만 법적으로 강제성은 없다.

하지만 향후 배달 이중가격제 도입이 빠르게 확산한다면 어찌 될 지 모른다. 배달앱 수수료율 책정도 민간기업 고유의 권한인데, 결과적으로 ‘상생’ 명분을 내세워 최고 수수료율 2.0%포인트를 낮추지 않았던가.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과도하게 이중가격제를 확산시킨다면 향후 또 어떤 과정이 뒤따를지는 아무도 모른다. 갈등과 규제의 반복이 계속될 여지가 높다.

시장 경제에서 인위적으로 가격을 제한하거나 조정하려고 하면 결국 화를 키울 수 있다는 게 많은 경제학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근 만난 한 시장 경제 전문가는 “배달앱 사태처럼 매번 이렇게 시장 가격에 개입하게 되면 결국 어느 누군가에게 이에 따른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 ‘어느 누군가’가 소비자가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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