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 시달리는 미래에셋, `제2의 서울반도체` 주의보

미래에셋, 펀드 자금유출에 보유주식 처분
서울반도체 폭락시 10% 주주 미래에셋 대량 매도
미래에셋 포지션 노출시 하락 악순환 가능성
  • 등록 2010-01-25 오전 9:21:08

    수정 2010-01-25 오전 9:21:08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 주식형 펀드 자금 유출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래에셋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에 대한 리스크가 서울반도체 폭락을 계기로 재차 부각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미래에셋자산운용투자자문은 지난 19일 하루 서울반도체 주식 52만3451주, 1.02%를 장내매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금액상 237억원에 달한다. 

19일은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서울반도체(046890)가 기관과 외국인의 대규모 동반 매도속에 11개월래 최대폭인 8.61%의 폭락세를 탄 날이다.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384억원과 70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는데 미래에셋도 주요한 매도 주체중 하나였던 셈이다.

이날 서울반도체 매니아로 알려진 미래에셋운용의 모 임원의 사직설이 돌면서 미래에셋측이 서울반도체에 대한 비중을 낮출 것이라는 루머가 돌았다. 이 임원의 거취와 상관없이 미래에셋측이 매도에 나섰다는 것만은 확인이 됐다.

업계에서는 해당 임원의 향후 거취는 물론 최근 미래에셋이 처한 상황에도 재차 주목하는 분위기다.

2008년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치면서 최근 몇년새 불었던 펀드 가입 열풍도 완연히 꺾였고 지속적으로 돈이 빠져 나가고 있다. 이러니 최대 펀드 유치회사이던 미래에셋에는 직접적인 타격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미래에셋측으로 유입된 금액과 유출된 금액을 살펴보면 지난해 6월까지 유입 규모가 더 많은 달이 많았지만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1주년을 전후해 확실히 유출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난해 9월 1조8000억원이 순유출된 것이 대표적. 이후 매달 6000억원 이상이 빠져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2월부터는 환매 강도가 강해지고 있다. 지난달 1조2600억원이 빠져 나갔고, 이달 들어 지난 21일까지 빠져 나간 금액도 8000억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미래에셋은 환매에 응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내 자산을 팔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몰리고 있다. 실제 지난 22일 서울반도체와 함께 지분 변동이 신고된 LS산전, LG화학, 한미약품 등 9개 종목들 모두 보유 주식 처분에 따라 지분율이 낮아졌다.

펀드 유출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미래에셋측이 매도에 나서야 하는 상황은 증권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서울반도체의 사례는 `예상 가능한 악재`가 `예상을 뛰어넘는 악재`로 비화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반도체가 폭락하던 날 임원의 사임설이 먼저 나돌았고 이는 가끔씩 터져 나오던 악성 루머로 치부됐다. 하지만 그시각 나타나던 미래에셋증권 창구의 매도세는 순간 기관과 외국인을 출구로 향하도록 만든 촉매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결국 미래에셋측의 포지션이 노출되고 이것이 악성 루머와 결부되면서 사태가 커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다시 22일 보고된 처분 내역을 살펴보면 LS산전은 하룻새 지분율 0.34%, 102억원어치가 매도됐다. 한미약품(008930)은 지분율은 0.45%에 57억원의 매물이 쏟아졌다. 또 소디프신소재(036490) 역시 34억원 상당, 0.37%가 처분됐다. 하루 사이 처분되는 양이 어느 정도 규모가 되므로 서울반도체와 같은 폭락이 재현되지 않으리라고 보장할 수 없는 지경이다.

주식형 펀드 가입이 급증하던 시기 미래에셋측의 투자는 주가 상승의 보증 수표였다. 그러나 금융·경제위기에 따른 주가 하락에 이은 투자자들의 펀드 이탈과 함께 수십개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미래에셋은 기업이나 투자자에게 부담스런 존재가 돼 가고 있다.

한편 사직설이 돌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임원은 펀드 운용을 그만두고 리서치만 맡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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