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제공] 최근 착한 주인공, 정의의 사도같은 주인공보다 차라리 독하고 납득할 만한 악역이 오히려 주인공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의 권선징악적 주인공들이 이제 관객들에게 뻔한 결말로 귀결되는 기대감 저하를 가져오면서 작품속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강하고 독하고 쎄지고 있다. 심지어 악당 주인공이 등장하면서 끝 마무리 조차 관객들에게 뭔지 모를 불편함과 고민거리를 남겨주고 있다.
2월 14일 개봉하는 영화 '추격자'의 하정우는 과거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을 연상시키는 캐릭터로 열연을 펼쳤다. 매끄럽고 우유부단해 보이는 얼굴의 하정우가 여자들을 열두명이나 잔인하게 살해한 성불구 연쇄 살인범으로 분해 섬뜩한 연기를 보여준다.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하정우의 독한 악역은 피비린내가 스크린 가득 하지만 관객으로 하여금 몰입하게 만들만큼 연기력으로 악역의 비호감을 극복했다. 그렇다고 상대인 김윤석이 선한 주인공도 아니다. 누가 착하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더 나쁜 주인공과 덜 나쁜 주인공간의 대결구도를 보여준다는 점이 신선하다.
2월 14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점퍼'의 사뮤엘 잭슨도 마찬가지다. 연기파 배우 사무엘 L.잭슨이 순간이동 하는 '점퍼'를 잡는 팔라딘으로 등장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점퍼를 처단하기 위해 동분서주 움직인다. 그 건들 건들 하면서도 여유있는 유머를 날리던 잭슨의 평소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마치 '데몰리션 맨'의 웨슬리 스나입스처럼 염색한 머리에 절대악의 면모를 유감없이 선보이고 있다. 선과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조니 뎁이 살인마 이발사로 변한 '스위니 토드'도 이 악당 캐릭터 열전에 동참하고 있다.
한 영화 제작사의 프러듀서는 "요즘 주인공들은 선한 사마리아인 같은 면에서 탈피해 관객에게 나름의 이유있는 설득력을 안겨주면서 악역을 택하는 경향이 생겼다"면서 "캐릭터에 입체적 숨을 불어넣는다면 악역도 매력적일 수 있다"고 평했다.
관객들이 과연 자신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지능화된 악역 캐릭터에 얼마나 수긍할 수 있을지가 흥행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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