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MS에 시달린` 구글, 모토로라 특허 삼켰다

노텔 인수실패가 藥..안드로이드진영 `반격` 기대
오픈플랫폼 유지 확인..삼성등에 간섭 커질수도
  • 등록 2011-08-15 오후 10:26:39

    수정 2011-08-15 오후 10:26:39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구글이 휴대폰사업에 뛰기 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바일 특허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모토로라를 인수했다."

구글이 15일(현지시간) 휴대폰과 셋톱박스를 생산하는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125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딜을 이렇게 분석했다.

글로벌 특허전쟁에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에 시달려 온 구글의 입장에서는 모바일 관련 특허권을 따낼 수 있고, 현금이 부족한 모토로라로서는 충분한 자금을 펀딩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이었다.

ZDNet사의 메리 조 폴리 애널리스트는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가장 큰 이유는 특허권이었다"며 "휴대폰 사업에 뛰어들고 싶었다면 HTC나 삼성전자(005930), 또는 다른 업체와 손 잡는 게 훨씬 더 유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1위의 모바일 오퍼레이션시스템(OS)인 안드로이드를 보유하고 있는 구글이지만, 최근 MS와 애플로부터 특허권 침해 소송에 시달려 온 것이 사실이다.

실제 지난달에는 MS사가 안드로이드에 자사 기술이 무단 도용됐다며 휴대폰 제조사들과 직접 협상을 벌여 대만 HTC에게 휴대폰 1대당 5달러씩 로열티를 받기로 합의했다. 안드로이드폰 1위 업체인 삼성전자는 대당 10달러 이상의 특허료를 요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가장 경쟁력있는 OS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확보가 시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구글은 캐나다 노텔네트웍스의 특허권을 인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오히려 경쟁상대인 애플과 MS에게 뺏기고 말았다. 당시 애플과 MS는 6000개 특허를 45억달러에 사들였다.

이후 구글은 알짜배기 무선특허 기술을 가진 인터디지털과도 협상을 벌였지만 가격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노텔이나 인터디지털보다 많은 1만5000개의 특허권을 가진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매력적인 매물이었을 수 있다.

모토로라 역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구글의 오퍼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를 간파했던 최대주주인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은 지난달부터 모토로라측에 "엄청난 가치를 가진 특허를 즉시 팔아라"고 압력을 가한 바 있다.

아울러 이달초 노키아가 독자적인 OS인 `심비안`을 더이상 고집하지 않겠다면 MS와 포괄적인 전략적 제휴 방침을 밝힌 것도 구글에게는 커다른 압박요인이었다.

어쨌든 이번 구글과 모토로라의 결합으로 안드로이드는 애플과 MS 진영에 반격을 가할 수 있게 됐다.

이날 앤디 루빈 구글 모바일사업 부대표도 "이번 딜에도 불구하고 안드로이드에 대한 비전은 변하지 않았고 확실히 오픈 플랫폼으로서 유지할 것"이라며 "기존 안드로이드 파트너들과 더 강력하고 혁신적인 안드로이드 디바이스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메가 딜을 자신의 블로그 포스트로 발표했던 래리 페이지 구글 대표 역시 포스트 제목을 `공격적인 안드로이드`라고 썼다.

다만 구글이 자체적인 스마트폰 제조 기반을 확보한 만큼 앞으로 삼성전자와 HTC 등 생산능력을 가진 기존 파트너에 대한 간섭이나 견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포브스지와 인터뷰한 한 시장 전문가는 "구글이 안드로이드는 오픈 플랫폼으로 유지한다고 했지만, 앞으로 파트너업체들에게 안드로이드폰 생산에 대해 간섭하거나 직접 견제하는 수위를 높여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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