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유엔과 유럽연합 등이 인도적 위기를 막기 위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휴전을 촉구하는 데 대해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도 부정적인 생각을 밝혔다. 이번 전쟁과 같은 일이 재현되는 걸 막기 위해선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제거하는 게 급선무라는 이유에서다.
|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인근 국경지대를 순찰하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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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인질 석방을 대가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하는 걸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휴전이 아니라 우리는 인질들을 구출해야 한다. 그 후에 우린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CNN 방송에 출연해 “지금이 휴전할 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은 스스로 지킬 권리가 있다. 그들에겐 하마스 지도부를 응징하기 위해 아직 할 일이 남았다”고 했다.
유엔 등은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봉쇄와 지상전 위기에 따른 인도주의적 위기를 막기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해야 한다고 지난주 촉구한 바 있다. EU 회원국들도 이날 ‘군사행위 일시중지(pause)’를 논의했는데 EU 외교수장인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사견이라는 걸 전제로 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당사자인 이스라엘은 휴전 논의에 거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 이스라엘 고위관료는 전날 CNN에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을 석방하기 위한 휴전은 없을 것이라며 “인도주의적 노력이 하마스 해체 작전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 이참에 하마스를 절멸시켜 안보 위험 요인을 뿌리 뽑겠다는 게 이스라엘 생각이다. 이스라엘은 주말새 가자지구 내부에 지상병력 일부를 들여보내 하마스와 교전을 벌였다.
미국도 이런 이스라엘 생각을 지지하고 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휴전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계속 테러를 가할 수 있도록 휴식과 재충전·준비할 시간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그러면서도 인도주의적 위기나 확전 가능성을 우려해 이스라엘에 지상군 투입은 보류할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