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카드결제 의무화’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소비자 편익과 선택권 강화를 명목으로 보험료도 카드결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지난 14일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대표발의) 등 11명이 발의한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이다. 보험사가 소비자로부터 보험료를 납부받을 때 현금 또는 신용ㆍ직불ㆍ선불카드로 결제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개정안에는 벌칙조항에 납부를 거부할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사실상 보험료 카드결제를 강제하겠다는 의미다.
이정문 의원은 “보험사들의 신용카드 납부 제한은 소비자의 권익을 제한하고 신용카드 이용자를 차별하는 행위라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보험료를 납부를 받을 때 카드 결제가 가능하게 하고, 카드 결제를 이유로 보험계약자를 불리하게 대우하는 보험사에 대해 별도의 처벌 규정을 둬 소비자의 지불 결제 편의를 제고하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현재 보험사들은 자신들 입맛에 맞게 보험료 카드결제를 허용하고 있다.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등 소멸성 보험과 일부 보장성보험에서만 카드결제를 허용해놓았다. 연금보험, 종신 등 저축성보험이나 장기보험, 방카슈랑스(은행 보험 판매) 등 오랜 기간 보험료를 내야하는 경우엔 직접적인 카드결제는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특히 교보생명과 한화생명, 오렌지라이프 등 일부 보험사의 경우 카드사와 가맹점 계약을 맺지 않아 카드결제가 완전히 막혀 있다.
법안이 발의되자 보험사들은 ‘금융업계의 상황을 모르는 법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적기업의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주장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10년 전에도 보험료 카드결제로 논란이 일은 바 있다”며 “당시에도 수수료율 부담과 소비자 부담 가중 등을 이유로 무산이 됐었는데, 해당 법안이 갑자기 또 튀어나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09년에도 보험료 카드결제 논란이 일은 바 있다. 당시 여신업법이 개정되면서 ‘카드결제 금지 항목에 보험료 항목을 넣느냐’를 두고 보험사와 카드사간에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보험업계는 ‘저축에 해당하는 보험을 카드로 납부하는 꼴’이라는 논리를 내세웠고, 카드사는 ‘카드결제 및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이유로 들었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보험료를 카드결제를 허용하되, 수수료 및 카드 결제 항목은 가맹점 계약 내용에 따라 결정하도록 하는 절충안을 내놨다.
보험사들은 수수료율 조정을 협상 조건으로 내건다. 수수료율이 획기적으로 낮아진다면 보험료 카드 결제를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보험사에 적용되는 카드 수수료율은 1.8~2.2% 수준으로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카드 수수료율이 유지된 채 카드결제 의무화가 이뤄질 경우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보험회사의 주장이다. 보험사는 1% 미만의 영세가맹점 수수료가 적정하다고 설명한다.
보험료 카드결제에 대해서는 금융당국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소비자에겐 편리한 변화지만, 무작정 보험사에 강제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안이 나온 지 얼마 안 된 상황이라 보험업계와 논의하고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겠다”며 “보험업계에서 말하는 수수료율 등 문제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며 충분히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