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적게 팔리면 어때…틈새시장 공략 신차 '총출동'

마니아층 겨냥 쏘울·i30·C4 피카소 등 신모델 잇따라 출시
수익성 악화 우려 무릅쓰고 고객선택폭 다변화 전략 가속
  • 등록 2016-08-25 오전 6:30:00

    수정 2016-08-25 오전 6:30:00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좀 적게 팔리면 어때.’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신차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수요가 많지 않아 판매확대에는 한계가 있지만 다양해진 고객 취향에 맞춰 마니아층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동급 주력 모델과의 간섭 효과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차종 확대를 꺼렸던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박스카 ‘쏘울’ 해치백 ‘i30’ 스포츠카 ‘카마로’

기아자동차(000270)는 지난 22일 소형 SUV 크기의 박스카 ‘더 뉴 쏘울’(1750만~2315만원)을 내놨다. 새 6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해 연비를 소폭 높이고 일부 디자인·편의사양을 업그레이드한 2년10개월 만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쏘울의 성적은 국산차 치고는 보잘것없다. 올 들어 월평균 판매량은 185대. 기아차 모델 중 가장 적다. 국내에선 박스카에 대한 인식이 낮은 데다 최근 인기를 끄는 소형 SUV와 활용 면에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올 4월 소형 SUV 니로 하이브리드를 내놓고 월평균 2600여대씩 판매하고 있다.

기아차는 그러나 기존 소형 SUV와 차별화한 디자인과 그에 못지않은 편의사양으로 고객에게 또 다른 선택 옵션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 쏘울 신모델을 유지·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기아자동차 더 뉴 쏘울. 기아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 i30 3세대 신모델 티저 이미지.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005380)도 내달 7일 준중형급 해치백 i30의 3세대 신모델을 내놓는다. i30 역시 올해 월평균 147대 판매로 월 8300대 이상 판매되는 동급 세단 아반떼와 큰 격차를 보인다. 현대차는 그러나 이번 신모델 출시와 함께 고성능 파생 브랜드 ‘N’을 더하고 전 라인업을 터보 엔진화하는 등 기본기 강화로 마니아층을 사로잡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와 함께 내년 중 중형 왜건 ‘i40’와 준중형급 쿠페 ‘벨로스터’ 같은 비주력 모델의 완전변경 신모델도 내놓을 계획이다. 이들 두 모델 역시 올해 월평균 판매량이 139대, 67대에 불과하다.

현대·기아차가 판매가 부진한 비주력 모델을 꾸준히 내놓는 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다.

수입차 대중화가 본격화한 2009년 이후 수입차에서 매년 40~70종의 다양한 신차를 내놨다. 이전까지는 국내 운전자들이 중형 세단 등 특정 차급의 선호도가 높았지만 차가 다양하게 나오면서 선택도 다양해지고 있다. BMW는 세부 모델까지 포함해 국내에서 판매 중인 모델만 80여종에 달한다.

국산차도 최근 3년 새 발빠른 대응을 시작했다. 2000년 출범 후 4개 차종만 고집해 온 르노삼성이 2013년 들어 소형 SUV QM3를 추가하고 중형 세단 SM5에 터보·디젤 엔진에 이어 완전한 신모델 SM6를 추가하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쌍용차도 지난해 소형 SUV 티볼리 출시에 이어 올 초 티볼리의 차체를 늘린 ‘티볼리 에어’ 출시로 고객 층을 넓히고 있다.

한국GM이 내달 출시 예정인 쉐보레의 스포츠카 ‘카마로SS’(5098만~5178만원)는 스포츠카로선 이례적으로 사전계약 한 달 만에 700대 계약을 넘어섰다. 유럽, 특히 독일 일변도의 국내 고성능차 시장에선 전례 없는 흥행이다.

더욱이 쏘울·i30 등은 비록 국내에선 비인기 차종이지만 주력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선 각각 월 1만대 가까이 판매되는 인기 차종이라는 점도 이들의 활동 영역을 넓혀주고 있다.

내년 이후 이 같은 비주력 모델의 라인업 다변화 추세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와 고성능 파생 브랜드 ‘N’ 모델이 본격적으로 라인업 확대에 나서기 때문이다. 기아차를 비롯한 경쟁 브랜드 역시 다양한 라인업 확대 방안을 고민 중이다.

쌍용자동차 티볼리 에어. 쌍용자동차 제공
쉐보레 카마로SS. 한국GM 제공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등 이색 수입차도

라인업 다변화의 원조격인 수입차 회사도 최근 판매부진에도 잇따라 파생 모델을 내놓고 있다.

푸조·시트로엥 수입사 한불모터스는 지난 23일 소형 SUV 시트로엥 C4 칵투스(2490만~2890만원)를 내놨다. 이미 푸조 2008이란 소형 SUV 라인업이 있지만 브랜드도 디자인도 다른 만큼 차별화할 수 있다는 계획이다. 올해 남은 기간 1000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도 24일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SUV 컨버터블 모델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8020만~9040만원)을 내놨다. 판매 확대를 위한 모델이라기보다는 랜드로버란 브랜드를 한 단계 끌어올려 줄 모델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GM코리아(캐딜락)도 올 초 중대형 세단인 ATS·CTS의 고성능 파생모델 ATS-V와 CTS-V를 잇달아 내놓고 이미지 변화를 모색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특정 모델을 만들면 최소 연 10만대 이상을 판매해야 수익성을 맞출 수 있었지만 한 차종을 수십여국 시장에 함께 판매할 수 있게 된 데다 파워트레인 공유 같은 제조기술도 발전하면서 작은 시장에도 좀 더 다양한 모델을 소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시트로엥 C4 칵투스. 한불모터스 제공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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