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유의 웹툰파헤치기]답답하지만 현실적인…카카오웹툰 ‘불합격인간’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웹툰시장이 최근 급격히 외형을 키우고 있다. 신생 웹툰 플랫폼이 대거 생기면서 주요 포털 웹툰과 함께 다양한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전연령이 보는 작품부터 성인용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유료 웹툰들이 독자층도 점차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 만화를 넘어 문화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대표 콘텐츠, 국내 웹툰 작품들을 낱낱이 파헤쳐 본다.(주의:일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그림=카카오웹툰

카카오웹툰 ‘불합격인간’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어떤 이들은 더 나은 내일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많은 이들은 ‘막연한’ 내일의 기대감만으로 현재를 노력없이 살아간다. 그러면서 매일 자기 합리화를 한다. ‘오늘은 일이 있었으니까’, ‘내일 하면되지’ 등등 말이다.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1년이 되고, 5년이 되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자신의 인생이 된다.

카카오웹툰의 ‘불합격인간’은 이 같은 현실 이야기를 담백하면서도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가는 웹툰이다. 작화보다는 작가의 현실을 보는 시각, 그리고 내러티브가 강점이다. 이 웹툰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주인공 ‘&&’(이름)을 볼 때면 화가 솟구쳐 오르지만, 어쩔 땐 &&의 모습에서 나 자신이 보이기도 해 묘한 느낌을 준다.

주인공 &&는 20대의 현실도피형 인간이다. 친구들이 대학 입학과 취직 준비를 할 때 &&는 컴퓨터 게임 세상에 몰두한다. 한때 정신을 차리고 재수는 물론, 알바도 했지만 결국 작심삼일로 끝났다. &&는 자신의 끈기와 의지를 탓하지 않고 매번 ‘어쩔 수 없었다’는 자기합리화에 매몰됐다. 현실도피 생활은 약 5년간 이어진다.

&&의 방황에 속이 타들어가는건 &&의 어머니다. 어머니는 &&와 치매기운이 있는 할머니를 위해 3개 이상의 일을 하면서 매일을 고생한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망나니같은 아들 &&와 매일 기억이 사라져가는 할머니. 결국 어머니가 선택한 건 도피였다.

어머니가 현실로부터 도피한 그 시점이 &&가 제정신을 차린 시점과 바톤 터치가 됨으로써 웹툰의 분위기는 180도 바뀐다. 이후 현실을 인지한 &&는 세상을 제대로 살기 위해 차근차근 움직인다. 나중에 돌아올 어머니에게 떳떳한 아들이 되기 위해서다. 현재 13화(기다리면 무료 기준)까지 연재된 ‘불합격인간’은 &&의 개과천선 스토리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 웹툰은 보면 볼수록 답답한 작품이다. 작품성 문제가 아니라, 작품 속 주인공의 삶이 너무도 망나니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도 &&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언제나 자기합리화에 빠져 자기반성과 노력 대신, 남을 비난하거나 깎아내리면서 자존감을 채우려고 한다는 점에서다. 어머니와의 문제도 마찬가지. 철없던 어린 시절 어머니의 희생을 보잘 것 없이 치부했던 과거의 자신을 이 웹툰에서 볼 수 있어 더 가슴이 아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