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돋보기]공동주택 내 주민 갈등 해결방안은?②

  • 등록 2019-12-28 오후 12:48:04

    수정 2019-12-28 오후 12:48:04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우리나라 주택 중 75%는 아파트·연립·다세대주택처럼 여러 가구가 모여 사는 공동주택 형태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의 도움을 받아 공동주택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거나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꼭 알아둬야 할 상식은 물론 구조적인 문제점과 개선방안, 효율적인 관리방법 등을 매 주말 연재를 통해 살펴본다.

지난 회(12월 21일)에서는 공동주택인 아파트에 공동체 문화 조성과 인식 형성이 왜 필요한지 그 이유 등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번 회에는 아파트 공동체 형성에 필요한 각종 과제와 해결책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공동주택에서 일어나는 각종 갈등 중에 제일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입주민 간에 일어나는 분쟁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들이 층간소음(벽간소음) 문제, 반려동물 양육 문제, 간접(층간) 흡연 문제, 주차 문제, 낙하물 투척 문제 등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입주민(동대표, 입주자대표회의 등)과 관리주체(관리사무소) 간에 아파트 운영 및 관리를 둘러싼 갈등, 관리사무소 종사 직원(관리사무소장, 기술·경리·경비·미화 직원 등)에 대한 입주민·외부인 등의 횡포와 모욕행위로 인한 갈등이 있다고 합니다.

특히 고용 관계와 같은 갑(甲)과 을(乙) 사이에 벌어지는 어느 일방의 강요와 횡포, 희생과 침묵이 공동주택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갑을 관계에 의한 피해는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으며, 언론에 보도된 사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2014년 11월 강남구의 한 아파트 입주민의 횡포와 모욕에 일어난 아파트 경비원의 분신자살 사건, 2016년 5월 서초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에게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발언한 ‘종놈’ 막말 사건, 2017년 6월과 8월 각각 울산과 경남 양산의 모 아파트에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관리사무소장의 자살 사건, 2018년 10월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입주민이 70대 경비원 폭행해 사망한 사건 등이 있습니다.

이밖에도 2019년 4월 진주 한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 당시 흉기에 다치고도 입주민들을 대피시켜 ‘의인’이라 불렸지만 트라우마 피해로 퇴사할 수밖에 없었던 아파트 관리직원의 안타까운 사례, 4월 부산 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야구방망이로 관리사무소장과 관리 직원들을 위협한 사건, 12월 어느 아파트의 입주민이 “아파트 경비원의 해외여행은 부적절하다”며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항의한 발언 등 공동주택에서 갑을 관계로 인한 피해 사례는 정말 다양합니다.

이는 올해 이뤄진 국정감사 발표에서도 입증되고 있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관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택관리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 관리사무소 직원이 입주민에게 폭언ㆍ폭행을 당한 사례가 지난 5년여간 총 2923건이라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폭언 2656건, 폭행 267건이 발생했습니다. 폭행의 경우 협박이 121건으로 가장 많았고 주취 폭행 63건, 단순 폭행 59건이었으며 흉기 협박도 24건이나 있었다고 합니다. 이외에 폭언은 주취 폭언 1319건, 단순 폭언 1337건으로 드러났습니다. 연도별로 폭언ㆍ폭행을 집계하면 2015년 903건, 2016년 888건, 2017년 653건, 2018년 364건, 2019년 6월까지 115건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으나 여전히 꾸준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관리사무소 직원에 대한 입주민의 폭언, 폭행, 갑질, 업무 부당간섭 행위 등이 점점 만연하는 추세입니다. 국회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2019년 5월과 6월, 공동주택관리법 일부 개정법률안과 주택관리사법 제정안이 각각 입법 발의되어 현재 계류 중에 있습니다.

공동주택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 관련 법률들이 국회에서 통과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과 주택관리사법 제정을 반대하는 측도 있습니다.

어느 사회던지 구성원 간에 신뢰가 생긴다면 갈등이 줄어 사회적 비용은 절감되고 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습니다. 아파트에 공동체 문화가 형성된다면 지금처럼 수많은 갈등과 분쟁 상태로까지 이어지지 않고 사전에 예방하거나 훨씬 수월히 해결될 것입니다. 갈등은 부정적 현상이지만 이를 오히려 잘 이용한다면 보다 혁신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동할 수도 있습니다.

입주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전제 조건인 아파트 공동체 문화 형성은 어찌보면 매우 어려운 목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입주민의, 입주민에 의한, 입주민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과 각종 여건들이 조성되고 실시된다면 그 목표 달성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만약 이렇게 될 경우 공동주택이 대부분인 대한민국은 머지않아 ‘아파트 공화국’을 넘어서 ‘아파트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주민자치 활성화를 통한 아파트 공동체 형성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자치로도 자연스레 이어져 진정한 참여민주주의가 실현되는 토대가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과거 공동주택의 양적 공급에만 치중했던 개발 위주의 개념에서 벗어나 공동주택이 공동체로 거듭나는 질적 대전환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정부도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2016년 기존 주택법에서 공동주택관리와 관련된 내용을 분리해 공동주택관리법을 제정한 바 있습니다.

공동주택에서는 이웃을 비롯한 구성원과 함께하고 소통하는 공동체 문화를 형성해야만 수많은 문제와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마을공동체의 이상적인 모델로 여겨지는 곳이 바로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성미산 마을’입니다. 이 마을은 1994년 주민들이 공동육아를 위해 ‘성미산 마을공동체’를 구성한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지난 20여년간 공동체를 구성하는 다양한 이웃들이 각종 모임을 구성하고 활성화시켜 성미산어린이집, 성미산학교, 성미산마을극장,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공동주택), 작은나무카페, 두레생협 등 현재의 다양한 공동체 조직의 모습으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공동주택은 입주민을 포함한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장을 비롯한 관리사무소 종사 직원 등이 구성 주체입니다. 각각의 구성원이 상대방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이해하려는 태도가 선행되어야 소중한 삶터, 일터를 만들기 위한 믿음과 소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아파트 공동체를 형성해가는데 제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입니다.

오는 2020년 4월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주택관리사의 날’ 30주년을 맞이합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공동주택 관리 전문가 단체’로서 국가자격사인 주택관리사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함양·발휘시켜 나간다는 입장입니다.

이를 통해 공동주택 관리의 ‘전문화’, ‘선진화’, ‘첨단화’, ‘장수명화’ 등을 달성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주택관리, 국민이 신뢰하는 주택관리사’ 시대라는 새로운 지평을 여는 등 다양한 사회적 기여와 공익 추구 활동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전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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